전인지 "그림으로 되찾은 골프 열정, 커리어그랜드슬램까지 달려볼게요"

슬럼프 극복의 숨은 공신

자신의 별명 '덤보' 그리며 힐링
연말 스승 박선미와 전시회
전인지(오른쪽)가 박선미 작가와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너를 억누르는 바로 그것이 널 일으켜 줄 거야.(The very thing that holds you down is going to lift you up)”

‘스튜디오 파랑’의 벽 한쪽에는 전인지가 직접 손으로 쓴 문구가 붙어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기 코끼리 덤보’의 대사다. 덤보는 전인지의 별명이자, 그의 그림 주제이기도 하다. 골프를 배울 때부터 “여기서는 왜 이렇게 쳐야 하냐”는 질문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이 호기심 많은 아기 코끼리를 닮았다며 이런 별명이 붙었다.전인지가 그림을 처음 마주한 것은 작년 말, 서울 자하문로 본화랑에서 열린 박선미 작가의 개인전에서다. 박 작가는 화려한 색감과 경쾌한 필치로 그려낸 앵무새를 통해 책과 음악,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표현한다. 당시 전인지는 박 작가의 작품 ‘9번째 지능’ 앞에서 한 시간 넘게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고 한다. 여덟 가지 다채로운 색상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앵무새를 그린 작품이다.

전인지는 지난해 톱10에 아홉 차례나 들었지만, ‘우승 한 방’이 없어 아쉬움이 컸던 때였다. “다채로운 색상,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앵무새의 눈을 보며 저의 불안함이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인지씨는 자신과 세상의 발전을 고민하는 9번째 지능, 즉 실존지능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씀해주신 것도 큰 힘이 됐죠.”

‘작업실에 놀러오라’는 박 작가의 제안에 용기를 내 찾아갔다고 한다. 함께 색을 고르고 붓질하자 불안함이 녹아내렸다. 미국으로 떠나는 전인지에게 박 작가는 “언제든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며 스케치북과 펜을 선물했다. 전시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후원사인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도 직접 화구가방을 골라 그에게 건넸다.전인지는 “그림을 그린 뒤 제 골프가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게 됐다”며 “외로운 투어 생활에도 낙이 생겼다”고 했다. 많은 골퍼가 취미활동으로 투어의 고단함을 달랜다. 로리 매킬로이는 스피드, 신지애는 드로잉을 즐긴다.

박 작가는 전인지에 대해 “관찰력이 뛰어난 눈을 가졌다”고 했다. 두 사람의 전시는 올 연말 본화랑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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