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 "모빌리티 매각은 사회적 책임 저버리는 것"

'사모펀드에 매각 반대' 공식 입장
"사회적 책임 이행 못 할 것"
"타 계열사도 매각 가능성 커져"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제공
카카오가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의 보유 지분을 일부 매각해 최대주주에서 물러나는 방안에 대해 카카오 노동조합이 강하게 반발했다.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기는 것은 카카오가 약속한 사회적 책임 이행과는 정반대 행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서승욱 화섬식품노조 카카오 지회장은 11일 서울 중구 상연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는 MBK파트너스와의 매각 협상을 중단하고 사내 이해당사자들과 대화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서 지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범수 전 의장은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카카오가 되겠다'고 말했다"며 "전 국민이 이용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운영 주체가 되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면서 서비스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카카오는 매각 협상을 중단하고 단체교섭 및 이해당사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카카오의 다른 계열사에도 동일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유사하게 상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며 "경영진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매각하겠다'는 것은 동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카오 노조는 사측의 지분 매각 반대를 위해 대화를 지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다. 카카오 공동체를 대상으로 카카오모빌리티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카카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와 3차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외에 카카오 신규 오피스 판교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이나, MBK를 대상으로 하는 반대 투쟁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카카오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10%대 매각을 통한 2대 주주로의 전환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57.55%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TPG컨소시엄(29.04%), 칼라일그룹(6.21%) 등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요 주주다.

카카오가 검토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먼저 10%대의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하고, MBK파트너스는 TPG컨소시엄이나 칼라일그룹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지분 구조 변경이 이뤄지면 MBK파트너스는 최대주주로, 카카오는 2대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