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라도 아끼려 찾은 생존법"…밤늦게 마트 가는 2030

"물가 너무 뛰어…정가로 구매하기 부담스럽다"
대형마트 마감 세일, 편의점 '2+1 할인' 등 표적
서울시내 한 편의점 모습. /뉴스1
직장인 한모 씨(29)는 최근 새로 나온 음료를 사기 위해 편의점 세 군데를 돌았다. 제품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무료로 주는 ‘2+1 할인’ 행사를 하는 곳에서 사려고 발품을 팔았고, 결국 마지막 들른 편의점에서 행사 상품을 샀다.

그는 최근 식음료품이나 생필품을 살 때 1+1이나 2+1 등 할인 행사 상품이 아니면 어지간해선 사지 않는다. 한 씨는 “예전에는 이렇게까지 할인에 연연하진 않았다”면서도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나름대로 찾은 생존법”이라고 말했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처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할인족’이 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은 물론이고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 채널들이 다양한 할인 행사를 펼치는 가운데 싸게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일 늦은 밤 서울에 있는 한 대형마트. 과일부터 육류, 수산물은 물론 생필품까지 다양한 상품들 마감 세일을 하는 시간대에 할인 매대에 사람들이 몰렸다. 종전에는 생활비를 아끼려는 40~50대 주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2030 젊은 세대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20대 대학원생 박모 씨는 “일부러 마트 마감세일 시간에 와서 떨이 상품을 구매한다”며 “마트 문을 닫기 한두 시간 전에 즉석식품을 비롯해 생물 제품들이 30~50% 할인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 시간대에 와서 일주일치 장을 보곤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업계가 밥상물가 부담 줄이기에 나선 것도 할인족들의 공략 포인트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지난 1일부터 정부의 한시적 부가가치세 면제 정책 대상 상품의 가격을 10% 인하하고, 추가로 대표상품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대대적 마케팅에 돌입했다.

정부가 민생안정대책의 하나로 내년 말까지 병·캔 등으로 개별포장된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류 등 단순가공식품의 부가세 10%를 면제한 데 따른 조처다. 이마트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단순가공식품류 대표상품을 최대 50% 할인하고, 홈플러스 역시 323개 품목을 10% 넘게 할인 판매한다.

편의점도 할인족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탄산음료와 커피는 물론 도시락, 삼각김밥 등 다양한 상품을 2+1 또는 1+1 할인 행사를 통해 구매할 수 있어서다. 과거엔 인기가 없거나 새로 출시한 탓에 시장에 알려지지 않아 잘 안 팔리는 제품들이 주로 할인 행사를 했지만 지금은 인기 상품들도 할인 판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매장에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할인 상품을 구매하면서 다른 제품도 같이 구매하는 것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세븐일레븐은 7월 한 달 동안 샴푸·린스·죽 등 생활용품부터 식품까지 17종을 선정하고 1+1행사에 더해 특정 카드로 결제하면 50% 페이백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알뜰장보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24의 ‘민생 시리즈’도 초저가 브랜드다. 490원짜리 라면, 300원짜리 포장김 등 대부분 제품이 1000원 이하다. 2000원대 미니덮밥도 인기다. GS25 역시 달걀·쌀·간편식 위주로 가성비 브랜드 ‘실속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할인 효과는 실제 매출로 이어졌다. CU의 마감 할인 서비스인 ‘그린세이브’ 매출은 올해 1월과 비교해 27.8% 신장했다. 6월 그린세이브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23.2% 늘었다. 이마트24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라스트오더(마감 할인) 서비스 이용 건수도 4월 106%, 5월 98%, 6월 122% 등 전월 대비 매월 2배내외 증가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