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잡'이 뭐길래 벌써 1000만명...대응하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긱스]

대한민국의 상용 근로자가 1300만여명. 그런데 거기에 육박하는 새로운 직업군이 있습니다. 공유경제· 배달 플랫폼 종사자와 N잡러(주말 또는 퇴근 후 가욋일을 하는 직장인), 파트타이머, 아르바이트 종사자 등을 아우르는 이른바 긱잡(Gig job)입니다. 긱잡에 종사하는 긱 워커는 어느새 1000만명에 육박합니다.
과거에는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임금 수준이 낮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업무 스트레스와 업무 시간의 유연성이 부각되면서 MZ세대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이 종사자, 또는 중추 소비자가 되는 긱 이코노미 생태계는 이미 우리 삶에 성큼 들어와있습니다. 국내 텍스테크(세무+기술) 스타트업 대표주자인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가 긱이코노미의 현황과 미래를 날카롭게 진단합니다.

긱워커들이 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규모 퇴사(Great Resignation, Big Quit)”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기회와 더 편안하고 유연한 근무 환경을 찾아 회사를 떠나거나 옮기는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에만 450만명이 직장을 관뒀을 정도로 미국 역사상 기록적인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팬데믹 시기 양적완화에 따른 경기 부양 국면에서 노동 수요가 강해진 영향도 있겠지만, 직장에서 받는 다양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일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좇는 MZ세대(미국의 Gen Z, Millennial)의 성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자발적 퇴사자들이 향하는 곳으로 긱잡(Gig Job)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지 포브스는 글로벌 리서치사 스태티스타(Statista)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고용의 35%를 긱잡이 차지하고 있고, 2022년에만 200만개의 긱잡이 새로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약 11억명의 긱워커가 존재하고, 2027년에는 미국 인구의 절반이 긱워커들로서 그들의 생태계인 긱이코노미(Gig Economy)에 종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긱워커는 생각보다 범주가 넓다. 흔히 말하는 우버 드라이버, 배달플랫폼 종사자뿐만 아니라 1인 사업자부터 파트타이머, 심지어 주중에는 회사에서 일하지만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엔잡러(N잡러)까지 모두 긱잡에 종사하는 긱워커(Gig Worker)로 정의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긱워커 규모는 해마다 꾸준히 늘어왔다.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자비스앤빌런즈가 파악한 바로는 국내 긱워커 규모는 약 1000만명에 달한다. 즉 전체 경제활동인구 3명 중 1명이 긱워커라는 의미이고, 국내 긱이코노미 시장은 매년 고용건수 기준으로 3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긱이코노미 시장은 배달플랫폼 라이더 시장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IT개발자와 같은 고소득 전문가 시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고, 긱잡의 보편성과 복잡성은 점점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긱이코노미 시장에 비해, 관련 산업 생태계 및 제도는 그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고객군이 됐다

국내 긱워커들은 국가의 제도적 보호는 물론, 민간 영역에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해서 자비스앤빌런즈의 사례를 공유하고 싶다. 자비스앤빌런즈가 2020년 5월 시작한 ‘삼쩜삼’ 서비스는 그동안 세무서비스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긱워커들에게 IT기술을 접목하여 쉽고 편리한 세금 신고와 환급 경험을 제공하여 왔고, 올해 5월말 기준으로 총 5000억원에 가까운 세금 환급을 도와줬다. 1인당 평균 환급액은 약 18만원이고, 서비스 시작 후 2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가입자도 1000만명을 넘었다.

이런 가파른 성장에는 긱워커들이 겪는 생활의 불편함, 전문적인 서비스 이용의 어려움 등에 관심을 기울인 점이 주요했다. 서비스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종합소득세 환급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신고의 복잡성으로 신고를 포기했던 긱워커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확인했고, IT기술을 통해 쉬운 신고 및 환급을 가능케 해 이들의 불편함을 줄인다면 이 또한 혁신이라고 확신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유병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환급액 5000억원의 사회적 후생효과(환급을 통한 소비진작, 세무비용 절감 등)를 금액으로 계산하면 1조5000억원이 넘는다. 이 중에는 세무당국이 부담하는 징세비용 약 45억원의 행정비용 절감 효과도 포함되어 있다. 납세를 위해 국민들이 들이는 비용 즉 납세협력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이처럼, 그동안 전문 세무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개인들이 많았고 이들의 불편함이 IT기술로 해소됨에 따라, 세무당국, 납세자, 서비스 제공자를 포함하여 사회 전체에 후생효과가 골고루 퍼진다는 걸 확인한 것이다.

긱이코노미 생태계에 적응한 기업만 살아남는다


긱워커들은 긱잡과 관련한 구직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하면서도 양질의 긱잡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제대로 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늦게 지급받고 있다. 구인자들 역시 필요한 긱워커를 즉시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대부분이 중신용등급 또는 저신용등급일 것으로 추정되는 긱워커들에게 제1금융권 또는 정부정책성 대출에는 여전히 커다란 장벽이 존재한다. 정부가 대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내놓은 정부정책 보증부 대출상품인 ‘사잇돌대출’ 차주 중 67%가 신용등급 3등급 이상의 고신용자라는 최근 통계, 그리고 8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고작 0.1%였다는 사실이 이 점을 보여준다.

긱워커들이 필요로 하는 영역은 비단 세무서비스나 구직 또는 대출 분야에 국한되지 않으며, 의료, 보험, 재테크 분야 등 이미 많은 분야에서 IT기술을 통해 긱워커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시도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불과 몇 년사이에 금융시장의 변화와 혁신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앞으로 긱이코노미 생태계에서 만들어질 서비스를 기대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고, 자비스앤빌런즈 또한 긱워커들이 필요로 하는 새로운 분야의 서비스 개발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정부는 민간 전문가와 관계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디지털플랫폼 위원회를 발족하고,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위원회는 정부가 구축한 광범위한 양질의 데이터 인프라를 민간에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혁신적인 사업에 활용할 수 있게끔 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스타트업 기업가로서 정부의 이런 적극적인 의지와 진지한 접근은, 긱이코노미 생태계에서의 데이터 인프라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 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일 수밖에 없다.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근로 형태로 자리잡은, 앞으로 우리 경제의 커다란 축이 될 긱이코노미 생태계를 더 꼼꼼히 분석하고 이들의 근로와 생활에 도움이 될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많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긱워커들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긱이코노미 생태계를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인프라 제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규제의 검토 등 정부의 관심과 도움 또한 절실히 필요하다.

이미 일을 둘러싼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 좋은 대학을 나와 평생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연금으로 생을 마감하는 공식은 깨졌고, MZ세대와 이전 세대가 겪는 일과 직장의 패러다임은 전혀 다르다. 이러한 차이가 극명한 세대 갈등을 만들고, 사회 전체적인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합한 사회 경제적 인프라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부와 민간, 이전 세대와 MZ세대 모두 함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주요 약력
- 現 자비스앤빌런즈 Founder, CEO (2015~)
- 명함앱 리멤버 CTO/COO (2014)
- 명함앱 리멤버 Founder, CEO (2012~2013)
- 패스트트랙아시아 CTO (2012)
- 그루폰코리아 CTO (2011)
- ith Founder, CEO (2009~2012)
- 위자드웍스 마케팅이사 (2008)
- KT 휴대인터넷사업본부 (2006~2007)

학력
- KAIST 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2~2004)
-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사-석사 졸업 (1996~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