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가 프랑스에 팔린 건 통탄할 일"

디젤 창업자 "이탈리아의 명품 대기업 만들겠다"
렌조 로소 OTB 회장. 출처=Getty Images
이탈리아 패션그룹 OTB(Only The Brave)의 렌조 로소 회장(사진)이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들을 하나의 대기업 집단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찌, 불가리, 보테가 베네타 등 유수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이 프랑스 대기업 그룹에 흡수돼 온 굴욕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언이다.

로소 OTB 회장은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프랑스의 LVMH와 케링그룹에 견줄 만한 이탈리아 명품 대기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로소 회장은 청바지 브랜드 디젤의 창업자다. 현재 디젤, 마르니, 메종 마르지엘라, 질 샌더 등 7개 브랜드를 OTB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그는 "이탈리아에는 LVMH나 케링그룹처럼 하나의 통합된 명품 대기업이 없다는 게 한"이라며 "나의 계획은 프랑스처럼 단일 패션 대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양대 명품 대기업인 LVMH와 케링그룹은 각각 루이비통과 구찌의 모기업이다. 구찌는 원래 이탈리아 태생의 브랜드지만, 1999년 프랑스 케링그룹에 의해 인수됐다.

로소 회장은 이탈리아 패션업계에서는 드물게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인물이다. OTB가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질 샌더 등을 사들인 것도 그의 야심으로 이뤄진 작업이다. 그는 "OTB에 대한 기업공개(IPO)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최근 자문사를 선임했다"면서 "상장 전에 더 많은 브랜드를 흡수해 기업 규모를 더욱 확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시가총액이 프랑스 대기업의 시총에 비하면 미미하겠지만, 나의 야망은 이탈리아 브랜드들이 함께 모이면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 있다"고 했다.OTB의 핵심 시장은 아시아다. 일본 시장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다. 작년엔 한국에 첫 지점을 열었다. 향후 3년간 투자액의 3분의1을 중국 시장 확대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로소 회장은 "전쟁 이후 러시아 제재는 OTB 매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지역 봉쇄조치가 더 큰 걱정거리"라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