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원유 #에너지자립 #국가안보…SNS에 빠진 글로벌 석유기업들

쉘·셰브런·BP 등
각국 전력난 틈타
'이미지 개선'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값이 치솟자 글로벌 오일기업들이 SNS 활동을 대폭 늘리고 있다. 에너지 위기 국면을 기회로 삼아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석유기업 쉘은 최근 틱톡 계정을 관리할 매니저 채용공고를 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과 미국 셰브런 등 개별 기업들을 비롯해 미국석유협회(API) 등 업계 차원에서도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이후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촉발되자 SNS 활동을 통해 “국산 원유는 국가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BP가 메타(옛 페이스북)에 사회·정치적 내용의 공익광고를 올리기 위해 지출한 비용은 최근 1주일 동안 22만파운드(약 3억5000만원)에 달했다. 개전 이후 SNS 광고량이 급증했을 뿐만 아니라 내용과 어조도 달라졌다. SNS상 공익광고를 분석하는 한 비영리단체는 “BP의 에너지 관련 광고는 전쟁 이전엔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며 “하지만 전쟁 이후엔 ‘영국을 돕는다’ ‘국산 에너지’ 등과 같은 문구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싱크탱크 인플루언스맵에 따르면 API가 메타 광고를 통해 ‘미국산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 확대’ ‘에너지 자립, 국가 안보’ 등을 언급한 캠페인은 올 1분기 동안에만 761개에 달했다. 작년 4분기 3개월간 67개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급증했다.

셰브런이 메타, 구글 등에서 광고하는 내용도 미묘하게 초점이 달라졌다. 셰브런은 “페름기 유역에서 석유 시추량을 15% 이상 늘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와 탄소배출량 감소를 상쇄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배경을 들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