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투협회장 "대체거래소 2024년 오픈 목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12일 금융투자협회 출입기자단 하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12일 "올해 대체거래소(ATS)의 예비 인가와 법인 설립을 완료하겠다"며 "2024년 초 업무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체거래소가 문을 열면 1956년부터 이어진 한국거래소의 독점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된다. 두 거래소가 경쟁해 주식 거래 수수료 등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나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하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의 대체거래소가 설립될 수 있도록 참여 회원사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7개 대형 증권사와 협회를 중심으로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인가 준비와 법인 설립 등 여러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에 참여한 증권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이다.대체거래소에서는 상장 주식만 거래 가능하고 비상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은 거래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나 회장은 "제도상 상장 주식과 증권예탁증권(DR)으로만 거래 대상을 한정해 선진국 대비 거래 범위가 협소하다"며 "이는 정책 당국에서 시장발전이나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검토해 결정한 사항"이라고 했다.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경쟁을 통해 더 낮은 수수료와 더 빠른 매매체결 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게 금투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미국에는 50여곳, 유럽에는 200여곳의 대체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다.

나 회장은 "유동성 증대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대체거래소의 신속한 설립이 증시 안정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시행을 앞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 대해서는 "디폴트 옵션으로 원리금보장상품을 단독으로 선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나 회장은 "가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을 원할 경우 디폴트옵션이 아닌 직접 운용지시를 바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리밸런싱을 해야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재무학에서 학문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면서 "우리도 퇴직연금을 자산배분의 관점, 즉 포트폴리오 운용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의 법제화와 관련해선 "가상자산,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자산 비즈니스와 관련해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대한 업계 의견을 국회와 당국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나 회장은 이날 금투협의 하반기 과제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자율적인 시장 건전화 △새 정부의 규제 혁신 작업 지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도입 통한 모험자본 공급확대 △자산운용산업·부동산신탁사 지원 등을 제시했다.

자신의 연임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은 임기 이후 거취나 차기 회장 이슈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산업 발전을 위해 주어진 소임을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