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품 유통 넘어 종합 골프기업으로 도약할 것"

AK골프, 작년 역대 최대 실적
노희창 사장 "기업공개도 추진"
“이거 짝퉁 아니에요?”

노희창 에이케이무역 사장(50·사진)이 창업 초기였던 2000년대 초중반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골프용품을 팔면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다. 사무실로 이런 전화가 오면 노 사장은 군말 없이 차 트렁크에 골프용품을 잔뜩 싣고 소비자를 직접 만나러 갔다. 소비자들에게 진품임을 확인시키려는 의도였다.노 사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당시만 해도 고가의 골프용품을 온라인으로 사고판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며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새롭게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온라인 유통을 하면서 전국에 있는 소비자를 직접 만났다”고 회상했다.

‘AK골프’는 노 사장이 2002년 시작한 골프용품 유통 전문 브랜드다. 골프업계에선 오프라인에서 주로 이뤄졌던 골프용품 유통의 혁신을 이끈 곳으로 알려져 있다.

노 사장은 홈쇼핑을 시작으로 옥션 등 오픈마켓에서 골프용품을 잇달아 판매했다. 2004년 일찌감치 자사몰도 열었다. 노 사장은 “처음엔 ‘새 상품 맞냐’ ‘짝퉁 아니냐’는 전화가 사무실로 빗발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 신뢰가 쌓이자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며 “골프용품의 온라인 유통시장을 처음으로 열어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골프 대중화에 이바지했다는 게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AK골프의 핵심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다. AK골프는 골프용품 수입사들로부터 단독 제품을 공급받아 경쟁력 있는 가격을 유지한다. 예컨대 테일러메이드가 보유하고 있는 캐디백 모델이 10개라면 그중 2개는 테일러메이드 본매장이 아닌 AK골프에서만 판매하는 단독 제품으로 따로 기획해 경쟁 제품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식이다.

AK골프는 골프 열풍을 타고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은 1824억원으로 전년(1159억원) 대비 57.4% 늘었다.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2020년(96억원)보다 약 두 배로 증가했다. 경쟁사인 골프존커머스(3166억원)에 비해 매출 규모는 작지만,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은 더 뛰어나다.

노 사장은 골프용품 유통을 넘어 골프시장 전반으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의류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다. 그는 “골프용품을 유통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문업체와 손잡고 의류 브랜드를 내놓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골프장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골프 관련 모든 사업을 수직계열화한 골프존뉴딘그룹의 길을 따라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노 사장은 “미국의 딕스스포팅굿즈처럼 골프 외 다른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종합 스포츠용품 유통업체로 회사를 키우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기업공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관/박동휘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