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사들, 자금난 허덕이는데…외화채 발행 한도 10년째 '제자리'

금리 치솟자 회사채 시장 위축
외화채로 자금 조달하고 싶어도
차입 규모 묶여 신규 발행 못해
올 들어 금리가 치솟고 국내 채권 시장이 위축되면서 국내 카드·캐피털 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강력한 정부 규제로 외화채권 신규 발행이 쉽지 않아 자금 조달에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대형 카드·캐피털사를 중심으로 원화 조달 목적의 외화채권 발행을 검토하는 여신전문금융사가 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4억달러 규모의 만기 3년짜리 유로본드(RegS)를 당초 계획보다 0.13%포인트 낮은 연 4%에 발행했다. 지난달 29일 이 회사가 국내에서 발행한 2년물 금리 연 4.447%보다도 낮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캐피털사는 회사채의 일종인 여신전문금융채권 발행으로 운영자금의 70% 이상을 조달한다. 그런데 올초만 해도 연 2%대였던 여전채 3년물 금리가 최근 연 4% 중반대로 치솟고 스프레드(국고채 대비 금리 격차) 역시 코로나19 위기 때보다 더 벌어지는 등 국내 시장에서 여전채 수요가 급감했다. A카드사 대표는 “발행 비용이 급증한 것은 둘째치고 여전채를 소화해줄 만한 수요가 국내 시장엔 부족한 상태”라며 “한국물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해외에서는 그래도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해외 여건이 충분하더라도 실제 발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1년 7월 외화 건전성 관리를 위해 행정지도를 내려 여전사의 원화 용도 외화 차입을 제한했다. 여전사는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와도 대부분을 다시 원화로 바꿔 국내 영업에 쓰기 때문에 외화 조달이 불요불급하다는 논리였다. 이 행정지도는 2015년 종료됐지만 ‘그림자 규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이에 따라 여전사들은 2011년 6월 말 당시 외화채권 발행 잔액을 기준으로 기존 차입분을 차환하기 위한 발행만 할 수 있다. 신규 발행은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가 성장하면서 카드사 차입 규모도 세 배 가까이 늘었는데 외화 조달만 11년 전 수준에 묶여 있다”고 토로했다.

여전업계는 국내 조달 여건이 악화하는 현실을 고려해 한도 상향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도 복수의 여전사 대표가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그러나 대외부채를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책성 자금이나 외화 조달을 위한 공공·금융기관의 해외 발행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원화 용도 해외 차입까지 늘어나면 한국물 시장 전체적으로 부담이 크다”며 “장기 자금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