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가려운 곳 긁어주는 독립리서치…"주식 리딩방 취급 기막혀"

시총 5천억 미만 중소형株 분석
차별화 리포트로 투자자 주목

현행법상 유사투자자문업 해당
영업·투자 유치 어려워 생존 걱정
업계 "별도 전문업종 분류 필요"

일각 "증권사보다 내부관리 취약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도"
“연일 들리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공모주 투자에 나서고 있다. 향후 기업공개(IPO) 예정인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의 고평가가 우려된다.”

국내 독립리서치(IRP·Independent Research Provider) 업체인 리서치알음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내용이다. 공모주 열풍 속 ‘매수’ 투자의견 리포트 일색이던 시기에 정반대 시각을 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증권업계에선 “독립적인 주주 구성을 갖고 중립적인 보고서를 발간하는 독립리서치의 역할과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식 리딩방’과 동일한 업종 분류

국내 독립리서치는 리서치알음이 2016년 설립된 이후 최근 1년여간 밸류파인더, 한국금융분석원, FS리서치, CTT리서치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에 뛰어들면서 시가총액 5000억원 미만 중소형주 등 주식투자 정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독립리서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관련 시장은 매우 미미한 상태다. 정상적인 영업 활동도 어렵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제한이 많아서다.업계 관계자들은 핵심 원인 중 하나로 ‘독립리서치의 모호한 위상’을 꼽는다. 현재 자본시장법상 독립리서치는 금융투자업이 아니라 유사투자자문업에 속한다. 금융투자업은 투자매매·투자중개·집합투자·투자자문·투자일임·신탁업으로 나뉘는데 독립리서치는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애널리스트·프라이빗뱅커(PB)·펀드매니저 출신 대표가 법인을 설립하고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뒤처지지 않는 보고서를 발간함에도 현 제도상으로는 ‘주식 리딩방’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한 독립리서치 대표는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 매우 나빠 고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초기투자를 유치하고자 할 때도 유사투자자문업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거절한 기관이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독립리서치 대표는 “대부분의 독립리서치가 유료 구독 서비스로 운영 중인데 일부 카드사는 유사투자자문업자라는 이유로 카드 정기결제를 막고 있다”며 “정상적인 영업 활동이 어렵다”고 했다.

내부 통제 취약…불공정거래 우려도

독립리서치가 선행매매 금지 등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받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비교해 내부 관리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조사분석자료 공표 전 매매거래 금지 △애널리스트 자신이 담당한 업종의 주식 등 매매 금지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정보제공업체 등을 통해 독립리서치 보고서들이 일반 투자자에게 많이 노출되고 있다”며 “하지만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다른 규제가 적용되면서 불공정거래나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독립리서치 기관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가 많다. 캐나다의 BCA리서치, 영국의 TS롬바르드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독립리서치를 육성하기 위해 유사투자자문업이 아니라 별도의 업종으로 구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령 자본시장법상 ‘전문 리서치정보 제공업’을 별도로 두고 등록제를 신설해 독립리서치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영업·투자에 숨통을 틔워주는 동시에 금융투자회사 리서치센터에 준하는 수준의 내부 통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한 독립리서치 업체 임원은 “증권 유관기관에서 독립리서치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등 지원 정책을 도입하면 시장이 더 빨리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고재연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