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반도체 '흔들'…업황 둔화에 TSMC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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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반도체 10대 기업 6월 매출 일제히 하락TSMC, 미디어텍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지난달 매출이 전월 대비 일제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하반기 반도체 업황 둔화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월별 매출을 집계한 결과 상위 10개 업체의 지난달 매출이 3000억 대만달러(한화 약 13조1300억원)를 기록, 전월(3150억 대만달러·약 13조7900억원) 대비 5%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비롯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1위 업체 미디어텍, 대만 대표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인 노바텍과 리얼텍 등 대규모 반도체 기업들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노바텍의 경우 지난 5월 110억 대만달러(약 4814억원)에서 지난달 82억 대만달러(약 3590억)로 한 달 사이 매출이 무려 26%나 곤두박질쳤다. 대만의 대표적 D램 공급사인 난야 역시 매출이 16%나 급감했다.IC인사이츠는 "한 달의 매출 감소가 우려의 원인이 되지는 않지만 통상적으로 매 분기 마지막 달은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것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 사이클의 전환점에 대한 조기 경고"라며 업황 둔화를 전망했다.IC인사이츠는 TSMC의 월별 매출액 변화 역시 이와 같은 사이클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다. 이 업체의 매출액은 지난 5월 1857억 대만달러(약 8조1280억원)에서 6월 1759억 대만달러(약 7조7000억원)로 5% 쪼그라들었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TSMC의 5~6월 사이 평균 월매출 증가폭은 14%에 달했다. 앞서 TSMC는 지난 4월과 5월 역대 최대 월매출을 연속으로 경신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전년 동기 대비 43%가량 상승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들어 팹리스들이 반도체 주문을 줄이면서 올해 연 매출은 TSMC의 연초 예상보다는 밑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는 좀 더 이르게 경기침체 여파를 받고 있다. 지난달 메모리반도체 업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다음 분기(6~8월) 매출 전망치를 시장 기대를 20%가량 밑도는 72억달러(약 9조4000억원)로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통상 업계에서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해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IC인사이츠는 "마이크론은 3분기 메모리 시장이 매우 약할 것이라는 조기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업체들까지 6월 들어 매출 감소세가 나타난 것은 향후 반도체 업황 부진을 경고하는 '탄광의 카나리아'일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하반기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오는 3분기 D램 가격 하락 폭을 기존 3~8%에서 5~10% 수준으로 조정, 기대감을 낮췄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이달 말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밝힐 경영전략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 시장 침체에 대응해 생산·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지가 관심사다.해외에서는 당초 세웠던 계획을 수정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TSMC가 최근 생산 설비 신설 계획을 변경한 것이 대표적. TSMC는 대만 남부 타이난과학단지 내 두 개 공장에 설치하기로 했던 3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생산시설 대신에 5나노미터 시설을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마이크론도 지난달 30일 3분기(3~5월) 실적발표에서 향후 수 분기에 걸쳐 공급 과잉을 피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