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금리 8% 금방…여름 휴가 포기하고 대출 갚아야죠"

첫 '빅스텝'에 금리 8% 전망까지
기준금리 1.75%→2.25% 인상

'고물가'에 금리인상 했지만, 가계부채 부담 가중
신용대출금리 파죽지세…부동산 시장 위축 전망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한경DB
"아껴쓰고 빚부터 갚아야죠", "투자가 뭡니까. 여름휴가 포기하는 것부터 시작해 대출금 갚아야죠"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빚부터 갚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자 부담을 늘어날 것을 염려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다. 직장인 김 모씨(37·회사원)는 "그동안 신용등급이 높은 편이라 신용대출로 주식투자, 차 구입비, 생활금 등을 해결했다"면서도 "이젠 최저 금리마저 4%대를 넘어서면서 앉아서 돈 날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공무원 현 모씨(40)도 "직장인 대출 등에 비해 금리가 낮았던 공무원 대출도 이젠 최고 7%를 넘었다"며 "마음이 아프지만 가계 지출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자녀 교육비를 좀 줄이려 한다"고 전했다.

치솟는 대출금리에…"허리띠 졸라매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국내 기준금리가 단숨에 2.25%로 뛰면서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이 예고됐다. 부동산 시장 위축도 더해지면서 가계의 대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1.75%에서 2.25%로 인상했다. 한은이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며, 기준금리가 2.25%로 복귀한 것은 2014년 8월(2.25%) 이후 8년여 만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주된 금리 인상 배경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대에 달한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다. 앞으로의 1년 물가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3.9%)은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향후 물가상승률은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문제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이 단행되면서 가계의 부채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금리 상단이 7%대를 넘어선 신용대출의 경우 연내 8%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은행권을 향한 '이자장사' 경고가 나오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최근 5개월(지난 1~5월) 연속 상승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담보가 없는 이유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등에 비해 금리 수준이 높은데다 대출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최근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5년물 금리는 1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상황이다.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신용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며, 5년물은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준거금리로 활용되고 있다.

은행 신용대출 상단 7% 넘어…"이러다 8% 금방 넘는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7%대를 넘어섰다. 전일 기준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S' 최고금리는 연 7.34%, 우리은행의 비상금대출은 기본금리 연 7.43%를 적용하고 있다.한은의 '빅스텝' 결정에 가뜩이나 관망세를 나타냈던 부동산 시장도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든 매매든 기대출자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골머리를 앓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관망세가 더 짙어지는 가운데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와, 민간건설투자가 위축될 전망"이라고 봤다. 아울러 매매 시장에선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등의 상황을 감안하면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며 "각 지역 대장주나 상급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차 시장에선 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실장은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월세 이율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집주인의 보증금 증액 요구를 전세자금 대출로 해결하기보단 자발적 월세로 선택하는 경우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빚 부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앞으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통화정책의 목표 중 하나인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올해 금통위가 세 차례 남은 만큼, 0.25%포인트 씩 인상해 3%대 기준금리 시대를 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중이고 경기 침체 우려가 가중되고 있어 한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채선희 /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