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KRAS 억제제 '루마크라스'…우울한 판매량 및 전망[이우상의 글로벌워치]

SVB증권 매출 추정치 하향조정
연내 경쟁약품 등장도 예고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첫 'KRAS' 억제제인 암젠 '루마크라스'의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부정적이라는 투자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미국 SVB증권은 12일(미국 시간) 루마크라스의 2분기 매출 추정치를 하향조정해 발표했다.SVB증권은 루마크라스의 2분기 추정 미국 매출을 월스트리트의 예상치(컨센서스)인 6240만달러보다 8% 적은 5500만달러로 낮췄다. 올해 글로벌 매출 추정치도 3억2600만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컨센서스 3억4700만달러보다 6% 적은 수준이다.

루마크라스는 'KRAS G12C' 돌연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5월 FDA의 승인을 받았다. KRAS 억제제로 첫 승인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판매량은 발매 첫해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는 6100만달러였으나 실제 매출은 4500만달러에 그쳤다. 2021년 매출은 9000만달러였다.

업계에서는 루마크라스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3%만이 KRAS G12C 돌연변이가 있다는 점, 1차가 아닌 2차 치료제로 승인된 점 등을 꼽고 있다. 암젠은 루마크라스의 약가를 이달 3% 인하했다. 약가 인하로 인한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 경쟁 약품이 연내 출시될 수 있다는 점도 루마크라스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로선 루마크라스가 시장에 출시된 유일한 KRAS 억제제지만, 미라티 테라퓨틱스의 아다그라십이 오는 12월께 FDA에서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다그라십도 루마크라스와 같은 KRAS G12C 억제제다.

미라티는 G12C 돌연변이 외에도 'G12D' 돌연변이를 저해할 수 있는 'MRTX1133'의 임상 신청을 앞두고 있다. KRAS 돌연변이는 G12C 외에도 'G12V' 'G13C' 'Q61L'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KRAS G12C 돌연변이는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중 약 13%에게서 발견된다. 다양한 KRAS 억제제가 개발될수록 루마크라스의 지위는 계속 약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암젠은 내달 열리는 세계폐암학회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루마크라스와 키트루다(MSD), 루마크라스와 티센트릭(로슈) 병용요법 임상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미라티의 아다그라십과 직접 효용성을 비교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연말에 발표할 예정이다.국내에서는 나이벡이 KRAS G12C 억제제를 개발하고 있다. 루마크라스와 같은 저분자화합물이지만, 루마크라스 대비 저용량으로 항암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내년 초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