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도 않는 술인데 왜…" 무알코올 맥주 대박 난 까닭 [오정민의 유통한입]

누가 먹나 했는데…"분위기에 취하면 되지" 무알코올 맥주 '인기'
맥주서 알코올 뺀 '무알코올 음료' 올해도 뜨거운 인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맥주에서 알코올을 뺀 '무알코올 맥주'가 인기다. 도수 높은 술에 취하기보다 술자리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어필한 덕이란 분석이다. 성수기를 맞은 주류 업계가 올해 다채로운 무알코올 신제품으로 신세대 주당 입맛 잡기에 나섰다.

무알코올 맥주 인기, 올해도 뜨겁다

오비맥주의 '카스0.0'는 지난달 반포 한강공원에서 ‘진짜에 취하는 시간’을 표현한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오비맥주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무알코올 맥주의 판매량은 올해도 우상향 추세다. 주류는 원래 온라인 판매가 안 되지만, 현행 규정상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이면 주류가 아닌 '비알코올 식품'(식품 유형 탄산음료)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도 가능하다.

13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알코올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7% 뛰었다. 2020년(59%)과 지난해(526.9%)의 고성장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편의점 GS25의 경우 성수기로 접어든 이달(1~11일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두 배(100.1%) 뛰었다.

온라인에서도 판매량이 증가했다. G마켓과 옥션에서 올해(7월11일 기준) 들어 무알코올 맥주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110% 치솟았다. 지난해 판매량이 70~80%대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한층 늘어나는 추세다. 무알코올 맥주로 불리는 제품들은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알코올 프리), 1% 미만일 경우 비알코올(논 알콜릭)로 분류된다. 통상 제조 방식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아직 절대적인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MZ세대를 중심으로 '즐기기 위한 음주문화'가 확산하면서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하이트제로 0.00'으로 연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그해 12억원에서 지난해 2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다. 김지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제주류시장연구소(IWSR)는 세계 저알코올·무알코올 맥주 시장의 2019~2024년 연평균 성장률을 5.9% 수준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제주맥주부터 호가든까지…올해도 뉴페이스 '봇물

사진=버드와이저
시장이 커지는 만큼 주류 업체들도 무알코올 맥주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수제맥주업계 첫 코스닥 상장사 제주맥주가 올해 알코올 도수 0.5도의 '제주누보'를 선보였다. 제주맥주는 신제품에 대해 "완성된 맥주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일반적 논알콜릭 맥주 제조방식이 아닌, 오리지널 크래프트 맥주 양조법을 그대로 따르면서 초정밀 효모 컨트롤 기술을 적용했다"고 소개했다.국내 브랜드 중에선 2012년 시장을 연 '하이트제로 0.00'에 이어 2017년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2020년엔 오비맥주 '카스 0.0(카스제로)' 등이 시장에 뛰어들어 꾸준히 제품 리뉴얼을 거치며 소비자 선택을 받고 있다.

수입 맥주 중에선 버드와이저가 마지막 여과 단계에서 알코올만 추출해 알코올 도수가 0.05% 미만인 '버드와이저 제로'를 지난달 국내에 출시했다. 2016년 캐나다에서 첫선을 보인 버드와이저 제로는 미국, 영국, 브라질 시장 등에 풀린 바 있다. 벨기에 밀맥주 브랜드 호가든 역시 논알콜릭 '호가든 제로'와 과일향을 더한 '호가든 프룻브루' 2종을 선보였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MZ세대의 주류 소비 문화에 변화가 나타났다. 무알코올 맥주는 상대적으로 칼로리가 낮아 건강을 챙기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시장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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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