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대(對)중국 무역적자, 어떻게 봐야 하나[Dr.J’s China Insight]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우크라이나 전쟁발 유가 급등, 적자 배경
5~6월 대중 적자는 중국 도시 봉쇄 영향
"중국, 한국 꼼짝 못하게 할 기회 엿보고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한국 경제에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중국에서 발병했고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했는데 국내 무역이 충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4월에 무역적자가 발생한 이후 2021년12월부터 2개월 간 무역적자가 발생했고 다시 4월부터 6월까지 연속 3개월 무역적자가 발생했습니다.

무역적자 확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석유가격 급등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석유 주수입지역인 대(對)중동 수입은 5~6월에 70~80% 급증했지만 수출은 5월 49.4% 증가에 이어 6월에는 8.1%증가에 그쳤습니다.
한국의 무역수지추이 / 자료: 관세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주목할 것은 한국의 최대 수출지역인 대중국 무역입니다. 1994년이후 28년 연속 무역흑자를 기록했던 대중국무역이 5~6월 연속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모든 산업에서 추격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적자 발생은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마저 대중 수출은 둔화되고 수입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한국이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겁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국 수출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5~6월의 대중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는 중국의 도시봉쇄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4~5월에 국내총생산(GDP)의 75%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 대해 도시봉쇄를 했고 6월부터 단계적으로 해제해 나가고 있습니다.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의 88%가 중간재이기 때문에 중국의 동시봉쇄에 따른 생산중단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봉쇄해제 후에도 조업정상화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2020년 1월의 코로나19 확산기에도 경제활동의 정상화 5월에야 가능했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도 5월에 정상궤도를 회복했습니다. 이번 4~5월의 도시봉쇄의 후유증은 7~8월까지 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코로나 확진자수와 대중 무역수지 / 자료: 관세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반도체 대중 수출경쟁력, 걱정할 단계 아니다

한국의 6대 수출 품목 비중을 보면 반도체가 21.4%, 석유제품이 9.5%, 석유화학 7.9%, 기계 7.2%, 자동차 6.8%, 철강 5.7%입니다. 한국의 무역흑자의 최대 품목은 반도체이고 최대 적자 품목은 석유입니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62%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 중 최대 무역흑자 품목이 반도체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무역흑자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흑자와 중동에 대한 석유수입 적자에 좌우됩니다. 4~6월의 무역적자는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의 축소와 대중동 무역적자의 확대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석유가격 급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한국의 영향권에 있지만 이 또한 수요처인 중국의 상황과 맞물립니다. 최근 4월 이후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증가율 둔화와 대중 반도체 수입 증가율 급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중 반도체 무역 증가율 추이(2022.1~5) / 자료: 관세청

이는 중국이 4~6월까지 봉쇄 영향으로 소비가 부진한 영향이 한국의 반도체 대중수출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봉쇄 중 공장내에서 외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공장 가동과 생산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그 덕에 연속 공정인 철강, 반도체 등의 생산은 늘어났고 그 바람에 중국산 저가반도체 수입은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주력 수출품목인 메모리와 MPU등은 여전히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품목들이기 때문에 4~6월의 수출 부진은 중국내 수요 업체들의 조업 차질에 따른 수출 부진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대중 반도체무역의 문제는 중국이 오미크론 봉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7월 이후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4~5월의 도시봉쇄에도 불구하고 1~5월까지 누계기준으로 보면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대중 무역흑자는 최근 5년 중 최대입니다. 그래서 한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의심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대중 반도체 연도별 무역흑자 추이(1~5월 누계) / 자료: 관세청


문제는 무역적자가 아니라 공급망, 해법은 NFT(Non-Fungible Technology)

한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당장 그리 걱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한국의 기술을 중국이 따라오고는 있지만 아직 완전히 추월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코로나이후 기술 전쟁, 탈세계화 그리고 지역 블럭화의 조류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의 큰 변화에 대비해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입니다. 기술은 시장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한국 반도체의 63%를 수출하는 지역도 중국이고 한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3나노급 반도체의 큰 수요자도 중국입니다. 첨단기술제품의 탈중국과 반도체공급망에서 중국배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한국은 기술 보호냐 시장확보냐의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일환으로 세계최강 노광장비업체인 ASML에 중국에 대한 최첨단 EUV장비에 이어 그보다 기술 수준이 낮은 DUV장비공급도 제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2개의 반도체업체의 중국공장도 그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이 세계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반도체와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도 기술은 한국이지만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각각 40%, 93%에 달합니다. 중국이 마음먹고 제재에 들어가면 한국의 양대 주축산업이 당장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4대 공급망 품목 한국의 대중의존도 / 자료: 전경련(2020)

한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완전 배제하는 IPEF에 가장 먼저 가입했고, 중국을 '구조적 도전'국으로 정의한 나토정상회담에 참가해 묵시적으로 중국배제 동맹에 참여했지만, 최근 한중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국 측은 한국에 대해 두리뭉실한 외교적 수사로만 회담을 마쳤습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중국 봉쇄에 동참하는 한국의 스탠스를 용인한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반도체 공급망 봉쇄에서 미국, 일본, 대만, 한국 4개국 중 중국이 협력해야야 하는 유일한 대상이 한국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에는 '원수가 지면 3대가 흘러가서 보복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고 반역의 모의를 하다 발각되면 9족을 멸할 정도로 뒤끝이 있는 나라입니다. 중국이 한국 외교 스탠스의 변화에도 별다른 동요가 없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한국을 꼼짝 못하게 잡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대중국 수입의존도가 75%가 넘는 품목이 688개나 됩니다. 충분한 대비책 없이 어설프게 일본을 베낀 경제안보론을 내걸고 대중국 봉쇄에 나서면 사드 사태 이상의 경제적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당장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 한국은 바로 물류대란으로 난리가 날 판입니다.

요약하면,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인한 단기적인 무역적자에 한국 반도체기술 위기론을 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급망 전쟁에서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고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에 동참할 때, 중국이 한국에 대한 보복을 시행할 때를 대비해 한국의 '필살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요즘 가상화폐시장에서 대체불가 토큰(NFT; Non-Fungible Token) 유행입니다. 대중관계에서 중국의 압박에도 당당하게 맞서려면 한국만이 보유한 대체불가한 기술(NFT; Non-Fungible Technology)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단기적인 대중 무역적자를 갖고 호들갑 떨지 말고, 중국과의 공급망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만이 보유한 대체불가한 기술(NFT; Non-Fungible Technology)이 몇 개나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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