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단한 삶, 그래도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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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철 한국금융투자협회장 jaichel.na@kofia.or.kr최근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몇 년 전 ‘나의 아저씨’라는 작품으로 화제가 된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다. 두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팍팍한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닮았다. 인상 깊었던 명대사 명장면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먼저 ‘나의 아저씨’다. 주인공 이지안(아이유 분)은 스물한 살 파견 계약직원이다. 어린 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자랐다. 가난하게 자란 탓인지 사람의 정과 따뜻함을 모른 채 일찍 어른 아닌 어른이 돼 버렸다. 고단한 삶에 지쳐 있지만 희망을 찾고 다시 용기를 낸다.이지안은 입사지원서 특기란에 ‘달리기’라고 적었다. 상사(박동훈 부장)에게 왜 아무 경력도 없던 자신을 뽑았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이런저런 스펙이 나열된 이력서보다 달리기 하나 쓰여 있는 이력서가 훨씬 세 보였나 보지.”
오랜 직장생활 동안 수많은 이력서를 봐 왔다. 한두 장의 이력서에는 지원자의 치열한 삶의 자취가 빼곡히 녹아 있다. ‘인사가 만사’라고 인재를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일은 조직 운영의 핵심이다. 근면 성실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다. 박 부장은 ‘달리기’에서 성실함을 본 게 아닐까 싶다.
“잘하고 싶어졌습니다.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고 좋은 소리 들으려고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근데 이제는 잘하고 싶어졌습니다.”이지안은 상사로부터 따뜻한 격려와 인정을 받고 잘하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동기 부여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회사와 직원이 추구하는 목표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그 접점과 교집합을 찾아 가치를 설정하고 끊임없이 동기부여하는 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다.
“어쩌면 내가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이 회사에 감사할 겁니다.”
이지안의 말처럼 지금까지 필자와 같이 일하고 같이 성장해준 동료와 후배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꼭 전하고 싶다.‘나의 해방일지’에서는 염창희(이민기 분)라는 캐릭터에 주목했다. 고지식한 아버지를 둔 둘째 아들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꿈도 고민도 많은 청춘이다.
“1원짜리를 77억 개 쌓으면 저 산만 하대. 저렇게 쌓여 있는 1원짜리 산에서 1원짜리 날 찾을 수 있겠니?”
염창희는 친구에게 푸념한다. 신세 한탄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가 미미하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다. 모든 사람은 세계 인구 77억 명 중 한 명이다. 누구나 동등하게 ‘77억분의 1’이고 누구나 소중한 존재다. 삶이란 계획대로 될 때보다는 내 뜻대로 안 될 때가 더 많지만, 중요한 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를 믿는 것이다.‘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은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고, ‘나의 해방일지’의 염창희는 사업하며 얻은 빚을 다 갚아 삶의 안정을 찾는다. 극적인 결말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잔잔한 엔딩이었다.
요즘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많은 사람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삶은 고단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