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러시아 원유는 누가 다 먹었을까'…中 기업의 수상한 거래

사진=TASS
세계 최대 원자재거래 중개업체 트라피구라가 최근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의 유전개발 프로젝트 투자 지분을 신생 홍콩 기업에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국가의 러시아 제재 국면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에서 손을 뗌에 따라 그 수혜자 집단이 급속도록 재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트라피구라는 최근 홍콩 소재 '노르트악시스(Nord Axis)'라는 기업에 북극권 유전개발 프로젝트 '보스톡오일'의 지분 10%(73억달러 규모)를 매각했다. 보스톡오일은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즈네프트가 주도하고 있는 유전개발 사업이다. 로즈네프트의 최대주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트라피구라는 지난해 "보스톡오일에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향후 수백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전쟁이 시작되자 보스톡오일이 러시아와 연관된 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들끓기 전에 서둘러 발을 뺀 것이다.

다만 문제는 노르트악시스의 정체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올해 2월 24일) 불과 9일전에 세워진 곳이다. 노르트악시스는 트라피구라로부터 보스톡오일 지분을 매입한 뒤 3월초부터 매일 평균 2만배럴씩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번 사례는 국제 사회가 개전 이후 형성된 러시아 우랄산 원유의 새로운 거래자 집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트라피구라 같은 '무역시장의 큰손' 기업들이 러시아 원자재 거래에서 이탈함에 따라 그 빈자리를 속속 채우는 수혜자의 신원을 분명히 추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컨설팅 업체 페트로 로지스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원유 시장에서 하루 평균 45만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싹쓸이한 신규 거래업체들이 최소 24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르트악시스도 그중 한 곳이다. 신생 기업인 노르트악시스가 보스톡오일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트라피구라 측은 "작년에 보스톡오일 투자금을 대기 위해 러시아 은행들로부터 빌린 58억달러의 대출금 채권을 노르트악시스가 떠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르트악시스의 실소요주는 아제르바이젠 국적으로 추정되지만, 회사 의사 결정 주체 등 지배구조도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