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스타데이지 만발한 정선…닭의난초 싹 틔운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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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심산 구곡에 들어가야만 야생화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야생화는 ‘보려고 하는 자’에게만 보인다. 유명 관광지나 도심 인근에도 야생화를 즐길 만한 장소가 의외로 많다. 야생화 군락지 가까이 있는 부대시설과 문화 행사를 곁들이면 그 자체로 훌륭한 패키지 여행이 완성된다. 야생화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낼 만한 국내 장소를 소개한다.
야생화와 함께 보낼 여름 휴가지
하이원리조트, 카트 몰며 군락지 감상
토함산 탐방로 따라 다양한 야생화 관찰
순백의 슬로프 가로질러볼까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는 야생화와 문화·레저 시설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휴양지다. 하이원리조트는 2006년 스키장 개장 이후 85만㎡에 달하는 슬로프에 매년 20~40여 종의 야생화를 파종하는 등 야생화 군락 조성에 공을 들여 왔다. 현재 하이원리조트 슬로프에는 샤스타데이지를 비롯해 원추리, 목수국, 꽃양귀비 등 약 112종의 야생화가 자생할 만큼 풍부한 생태계가 자리 잡았다.그중 백미는 초여름 슬로프를 하얗게 뒤덮는 샤스타데이지다. 샤스타데이지의 꽃말은 ‘만사를 인내하다, 평화, 순수’다. 샤스타데이지가 수놓인 슬로프는 관람객에게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것 같은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샤스타데이지를 배경으로 한 포토존을 슬로프 곳곳에 설치해 ‘SNS 인생샷’ 명소로도 입소문을 탔다.
만발한 샤스타데이지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하늘길 카트투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하늘길 카트 투어는 이용객이 한 시간 동안 전동카트를 운전하며 왕복 7㎞의 야생화 군락지를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운틴 광장에서 슬로워가든, 밸리허브를 지나 다시 마운틴 베이스로 돌아오는 코스로 구성됐다.원추리 군락지는 하늘길 카트투어의 인기 있는 하차지다. 하이원리조트의 브랜드 로고 주인공이기도 한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이라는 뜻의 ‘망우초’란 별명을 가졌다.
속도감을 느끼며 야생화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최대 시속 40㎞의 알파인코스터를 타고 슬로프를 가로지르다 보면, 사방에 피어 있는 야생화 속으로 파묻히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하이원의 알파인코스터는 국내 최장 길이인 총 2.2㎞ 코스로 이뤄졌다. 10곳의 업다운과 뒤틀림, 회오리 코스를 구성해 재미를 더했다.
가을엔 첨성대 핑크뮬리 구경을
국내 유일의 사적형 국립공원인 경주국립공원은 야생화와 문화유적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다. 토함산 지구는 경주국립공원 내 8개 지구 중 가장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유명한 사적으로는 불국사, 석굴암 등이 있다.토함산 시부거리 탐방로(1.9㎞)는 계곡을 따라 다양한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수분이 풍부한 토양 덕분에 봄이 되면 꼬리말발도리, 연복초, 왜미나리아재비, 족두리풀, 천남성, 변산바람꽃 등 다양한 야생화가 싹을 틔운다. 대표적인 여름꽃은 산골짜기 습지에서 자생하는 닭의난초다. 꽃잎이 닭의 부리를 닮았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애기송이풀도 토함산 일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첨성대, 안압지, 계림 등 주요 사적이 모여 있는 경주 동부사적지도 야생화가 풍부하다. 첨성대 인근에 1만1104㎡ 규모로 조성된 야생화 단지가 특히 볼 만하다. 꽃양귀비를 비롯해 작약(함박꽃), 구절초, 소국, 벌개미취, 석죽 등 25개 종이 각 구역에 나눠 식재됐다. 가을에도 첨성대 주변으로 핑크뮬리와 메밀꽃이 개화해 볼거리가 이어진다.
정선=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