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포드, 10조원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출범

테네시·켄터키에 3개 공장 건립
초대 CEO 함창우 SK온 부사장

최태원 회장, 상의 제주포럼 참석
"韓기업, 인플레 위기 극복할 것
SK 투자계획 일부 늦춰질 수도"
SK온은 포드와의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13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에도 투자를 기존 계획대로 실행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두 회사는 5조1000억원씩 총 10조2000억원을 투입해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미국 테네시주에 1개, 켄터키주에 2개 공장을 건설한다. 2025년 완공되는 세 공장의 배터리 셀 생산능력은 연 129GWh에 이른다. 포드가 2030년까지 북미에서 조달하고자 하는 연 140GWh 배터리 물량의 대부분을 SK온에서 납품받는다는 의미다. 합작공장이 가동되면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대폭 늘어난다. 이 회사는 2030년까지 50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블루오벌SK의 초대 최고경영자(CEO)는 함창우 SK온 부사장이 맡는다. 함 부사장은 법률 및 금융 전문가로 메이어브라운, 구겐하임파트너스, 골드만삭스 등을 거쳐 2009년 SK이노베이션 법무실에 합류했다. 2016년부터 투자와 인수합병 등을 담당했고 이번 블루오벌SK 설립 업무를 총괄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포드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던 지엠 크래니에게 돌아갔다. 3년 뒤엔 두 회사가 CEO와 CFO 직책을 교차해 맡는다. 함 부사장은 “포드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포드가 전기차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회사는 최근 소형 픽업트럭의 전기차 모델명인 매버릭선더, 레인저선더 상표를 출원했다. 사전 예약 20만 대를 달성한 F-150 라이트닝에 이어 전기픽업트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할수록 SK온 배터리 생산량도 함께 늘어난다. F-150 라이트닝 20만 대를 생산하면 SK온은 최대 26.2GWh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의 기자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등 최근의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숱한 사건이 있어서 이런 쇼크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기업의 체질은 위기에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투자 계획이 일부 늦춰질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기존에 세운 투자 계획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특히 재료 부문은 너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대로 미는 것은 안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투자를 늦춘다는 것이지, 안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SK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반도체, 바이오 등에 24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지난 5월 발표한 바 있다.

김형규/제주=정지은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