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집 구했는데 대출이 안 나와요"…혼돈의 'LTV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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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80%, 실제 대출은 내달부터나 가능할 듯"7월말 집 잔금을 치뤄야 하는 상황입니다. 생애 첫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80%까지 늘어난다는 소식에 대출 변경을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현재 규정 변경 예고만 되어있고 정확히 언제 고시한다는 내용이 없어서 실수요자들은 혼란이 있습니다. (40대 최모씨)
대출금리 치솟고 부동산 심리 침체되는데…
"대출금리 민감한 2030, 주택 구입 망설일 듯"
"신혼집을 못 구해 자취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달부터 첫 주택 구입은 LTV가 80%까지 적용된다고 해서 영업점에 전화해봤는데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더군요. 시행된다고 한들 대출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년까지 더 두고봐야죠" (30대 김모씨)정부가 이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LTV 상한을 80%까지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지만 관련 규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실제로는 대출이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는 오르고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는 와중이어서 대출이 진행되더라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LTV 80% 적용 7월부터 되는 줄 알았는데…"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생애 첫 LTV한도 80% 확대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개정 내용이 시중은행들에 전달되면 전산 작업 등을 거쳐 내달 말 이전에는 금융 소비자에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앞서 정부는 7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LTV 한도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행 60~70% 수준인 LTV 상한을 주택 소재지역, 가격, 소득과 상관없이 80%로 완화하고, 대출한도는 6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이 과정에서 해당 제도가 1일부터 당장 시행된다고 생각한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영업점에 문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시중은행 영업점 직원은 "이달 초 보도가 나온 뒤 관련 문의가 몇 건 있었다"며 "아직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정확한 시행 시기를 모른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달 LTV한도가 확대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됐던 부동산 시장이 더 움츠러들고 있어서다.
"대출되면 뭐하나…집 안 사는데"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서울 아파트조차 매수 심리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04% 하락해 7주 연속 하락했고, 낙폭도 지난주(-0.03%)보다 커졌다.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를 기록해 지난주(86.8)보다 0.4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 5월 이후 10주 연속 내림세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예고한 만큼,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감은 더 꺾일 전망이다. 특히 대출 금리가 치솟고 있어 이자 부담이 높아진 젊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생애 첫 주택구매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생애 첫 주택구매자들의 매수 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생애 첫 주택(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매수자는 16만8468명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으로 지난 2012년(16만1744명)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다. 최대 수준을 나타냈던 지난해(28만4815명)에 비하면 40% 넘게 쪼그라든 수준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달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2만6111명에 불과해, 2013년 2월(3만5320명)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근로소득을 바탕으로 하는 2030세대는 자본금이 크지 않아 대출금리에 민감하다"며 "거래절벽까지 나타나는 상황에서 LTV완화가 젊은세대들의 주택구입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