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40세 이하엔 백해무익…그 이상엔 유익할 수도"

미 워싱턴 의대 연구팀, 300개 질병 조기 사망, 신체장애 추적

술은 40세 이하에게는 백해무익하지만, 기저질환이 없는 40세 이상에게는 일정 부분 유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의대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 세계 질병·상해·위험요인 연구팀은 204개 국가와 지역별로 30년간 축적된 연령층(15∼95세)에 대한 통계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300개 질병으로 인한 조기 사망과 신체장애 사례를 추적했다.

이 연구 보고서는 의학전문지 '랜싯'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20년 세계 13억 4천만 명이 술을 위험한 정도로 많이 마셨으며, 이 가운데 59% 이상이 15∼39세였고 3분의 2 이상이 남성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40세 이하의 경우 술로 인해 건강에 도움이 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음주 후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거나 자살 또는 살인을 저지를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40세 이상의 경우 조금씩 마시면 심혈관계 질환이나 뇌졸중, 당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표준 알코올 섭취량은 10g으로, 이는 100㎖ 적포도주 1잔, 355㎖ 병 또는 캔 맥주 1개, 40도짜리 독주 30㎖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에마뉘엘라 가키도우 교수는 심혈관계 질환 등은 동서를 막론하고 주요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도 "나이가 많은 경우 술을 전혀 먹지 않는 것보다 조금 먹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질병에 대해서는 술은 섭취량에 상관없이 해롭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계 각 지역과 나이, 성별에 따라 알코올의 위험성을 알린 것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라고 연구소는 평가했다.

가키도우 교수는 "국제 기준이나 나라별 기준 모두 남녀 대비 알코올 섭취량의 차이를 강조하지만, 이번 연구는 성별보다는 나이별로 국제 기준과 국별 기준, 지역별 기준을 정하는 것이 유용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아만다 버거 미국 증류주협의회 보건 담당 부소장은 "특정 지역과 거주자에 적합한 알코올 권장량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구도 술을 통해 건강에 도움을 되기를 바라서는 안 되며, 절대로 술을 먹어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문가들은 이런 연구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연구팀이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영국 셰필드대학 셰필드 알코올 연구소의 콜로 앵거스 선임연구원은 성명을 통해 "알코올로 인한 영국인 사망자 통계에서 70∼74세 연령대가 20∼24세 연령대에 비해 14배나 높은 것으로 돼 있지만, 이는 어린 연령대의 음주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연구진의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