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난 푸틴의 비밀 병기

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Walter Russell Mead WSJ칼럼니스트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러시아 군대는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똑똑한 전술, 높아진 사기, 서구의 첨단 무기들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했던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러시아의 가스 금수 조치는 유럽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다가올 겨울 독일 시민들이 추위에 떨게 될 것이란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는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가 굴복할 것이란 희망을 대체했다. 독일은 국방비를 늘리겠다는 공언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러시아의 침략에 대항해 세계가 단결할 것이란 서방의 낙관주의는 빛을 잃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은 주요 7개국(G7)과 연대하기보다는 러시아와의 무역을 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 속 분열된 세계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항하기 위해 서방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그루지야) 침공 이후 서방 지도자들은 수정주의 세력(중국, 러시아, 이란)의 위협을 지속적으로 잘못 파악하고 과소평가해왔다. 그 결과 조지아, 크림반도, 남중국해, 중동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서방은 명백히 실패한 관습적인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수정주의 세력들의 목표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전술적으로 푸틴은 되도록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흡수하기를 원하지만 이 전쟁은 돈바스 영토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략적으로 푸틴과 시진핑, 그리고 이란의 목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이 지배하는 세계 패권을 무너뜨리는 것이다.서방 체제의 약점은 그들에게 희망적인 요인이다. 대표적인 약점은 유럽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다. 이는 개발도상국 입장에서 서구 체제의 경제적 매력을 떨어뜨린다. 많은 탈식민지 국가에 현재의 세계 질서는 유럽 제국주의 시대를 상기시킨다. 예컨대 영국과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다. 하지만 아시아를 통틀어 상임이사국은 단 하나이고 아프리카, 이슬람, 라틴 아메리카에는 상임이사국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가.

美·유럽, 패권 전략 다시 짜야

현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옹호론자들은 인권과 기후변화 대응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헌신을 근거로 내세운다. 세계 질서가 역사적으로 서방의 제국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사람이 지지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다.

불행히도 서방이 내세우는 의제는 자유주의자들이 바라는 것만큼 믿음직스럽지도 않고, 인기도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인권에 대한 약속의 한계를 보여준다. 개발도상국의 화석연료 추출과 정제를 위한 자금 조달을 막으려는 서방 금융기관과 규제당국의 시도는 개발도상국의 엘리트들과 일반 대중 모두를 분노케 한다.현대 서방의 도덕적, 정치적 혼란은 러시아와 중국의 지도자들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으로 믿게 하는 비밀 무기다. 물론 푸틴과 시진핑은 틀렸을지 모른다. 그들이 틀렸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그들의 비밀 무기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바이든과 유럽의 동맹들은 서방의 생존과 세계적인 번영을 위해 더 깊이 숙고하고 더 혁신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Wokeness Is Putin’s Weapon’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