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심장 이식 또 진화…"면역거부반응 없이 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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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뉴욕대 "이식 후 3일간 정상 작동"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미국에서 올초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처음 시행한 데 이어 면역 거부 반응 없는 또 다른 이식 연구 사례가 나오면서다.
돼지 바이러스 감지하는 과정 확립
15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대 랑곤헬스는 지난 6월과 7월 인공호흡기를 통해서만 호흡할 수 있는 사망 기증자 두 명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했다. 이식한 심장은 모니터링하는 3일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이종 장기를 이식할 때 필요한 과정(프로토콜)을 확립했다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연구진이 강조한 과정은 돼지 바이러스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스크리닝 과정이었다. 스크리닝에 포함된 바이러스는 사람의 세포도 감염시킬 수 있는 ‘돼지 내인성 레트로바이러스(PERV)’와 ‘돼지 거대세포바이러스(pCMV)’였다.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심장병 환자가 돼지 거대세포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심장을 이식받은 후 두 달 만에 사망했다. 거대세포바이러스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로버트 몬트고머리 랑곤헬스 이식센터 소장은 “다른 연구를 통해 거대세포바이러스의 감염을 막으면 장기의 이종 이식 성공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우리 연구진은 기증 돼지에서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민감하게 진단할 수 있는 스크리닝 방법을 도입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종 이식의 장기 생존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바이러스 스크리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랑곤헬스 연구진은 돼지 심장에 대한 면역 거부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 4개의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고, 장기 생존에 필요한 인간 유전자 6개를 추가하는 등 유전자 조작도 했다. 랑곤헬스 이식센터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책임지는 나더 모아자미 박사는 “추가적인 장치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돼지 심장이 기능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시험이었다”고 했다.
3일간 심장의 기능을 모니터링한 결과 두 사례에서 모두 장기를 거부하는 조기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별도의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