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생각보다 흔한 장애…'우영우' 같은 천재형은 거의 없어요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모든 것

국내 7~12세 아동 2.6% 자폐증
남아 환자, 여아보다 5배 많아
특이한 말 반복…남과 눈맞춤 못해
사진=연합뉴스
자폐스펙트럼장애(ASD)가 있는 신참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다.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우영우는 단 한 번 본 책을 다 외울 만큼 명석한 두뇌와 기억력을 지녔다. 다른 변호사가 간과한 점을 찾아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도 한다.

하지만 말과 행동이 어눌하고 남들과 눈맞춤을 잘 못 한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데다 회사 회전문조차 통과하지 못해 애먹는다. 드라마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조언을 받아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해 짚어봤다.

특이언어 반복…남에게 관심 없어

스스로 자(自), 닫을 폐(閉).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상태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 지연을 특징으로 하는 전반적인 발달장애를 말한다. 과거엔 유아자폐증, 발달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등의 용어를 혼용하다가 2013년부터 자폐스펙트럼장애로 통일됐다. 문제가 되는 행동이나 언어가 광범위하고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자폐는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흔한 장애다. 국내 7~12세 아동의 2.64%가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다. 자폐 아동의 숫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영유아검진을 통해 자폐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었다. 남아 비율이 여아보다 높으며, 실제 자폐로 진단되는 경우도 남아가 5배 더 많다.

정상적인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와 아빠 등 사람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첫 돌 무렵부터 한두 단어씩 사용하고, 자기 생각을 전달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며 의사소통법도 자연스레 깨친다.하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 유아는 기본적인 상호작용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지 못한다. 남과 눈을 맞추지 않고, 타인에 대한 흥미가 없다. 언어 발달은 비정상적이다. 그러다 보니 반복되는 말이나 특이한 언어를 쓰고 의사소통을 잘 못 한다. 남이 내 몸에 손대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심하게 다쳤는데도 아파하지 않기도 한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드라마에서 우영우가 문을 열기 전에 손으로 숫자를 세는 의식, 고래에 대한 집착, 선배 변호사의 말을 따라 하는 반향어, 매끼 김밥을 먹는 규칙 등은 실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증상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완치 불가…장기 치료로 증상 완화

보통 3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며, 지능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일부는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아동기 자폐증 평정척도검사(CARS)와 자폐증 진단관찰 스케줄검사(ADOS), 자폐증 진단면담지-개정판검사(ADI-R) 등의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진단받는 게 좋다.

자폐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정유숙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임신·분만을 전후한 합병증과 대사장애, 선천성 풍진, 뇌의 기질적 병변 등이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뇌 발달의 문제로 인해 종합적인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임신 중 음주 및 흡연도 자폐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추정된다.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딱히 없다. 언어, 인지, 감각통합치료 등 증상을 줄이고 발달 및 학습을 돕는 훈련 정도에 그친다. 심하면 약물을 투여해 공격적인 행동이나 자해를 통제한다. 자폐 아동은 보통 지능이 낮고 간질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치료와 맞춤형 특수교육이 필요한 이유다.우영우 같은 천재 자폐환자는 실제로는 드물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반건호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폐를 다룬 영화 ‘레인맨’의 실제 모델인 킴 픽은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한 시간 내에 외울 만큼 똑똑했으나 혼자서 양말조차 못 신었다”고 했다. 자폐가 있으면 사회생활이 쉽지 않다. 자폐증 성인의 2% 정도만 직업이 있다.

가정에 자폐아가 있으면 부모는 자폐 아동에게도 정상 아동과 비슷하고 일관된 양육 태도를 취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훈육을 통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