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는 대세 된 '무인화'…서비스업 고용 위축 심화시키나

로봇시대의 그늘

고용유발효과 제조업의 두 배
"경직된 노동시장 유연화해야"
영화·외식 업종은 키오스크, 로봇 등의 도입을 통한 무인화가 서비스 업종에서도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고용 유발 효과가 매우 크다는 공통점도 있다. 기업으로선 키오스크와 로봇 도입 등을 통해 인건비를 줄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는 국가 경제 전반에서는 이 분야 고용 위축이 추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15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영화, 외식산업 등이 포함된 서비스업종 고용유발계수는 9.20으로, 전 산업군의 고용유발계수(6.87)를 크게 웃돌았다. 제조업(4.72)과 비교하면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고용유발계수란 10억원어치의 재화를 생산할 때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를 의미한다. 2010년 16.98이었던 서비스 업종의 고용유발계수는 2017년 9.86으로 한 자릿수에 진입한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국가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한 무인화 추세가 서비스 업종의 고용 유발 둔화 추세를 더 가속화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 무인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든 지금도 과거와 같은 수준의 인력 구조를 가져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커머스 등 임금을 많이 주는 첨단산업으로 빠져나간 인력들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기업 중 미디어(-17.0%), 호텔 및 레저(-12.0%) 업종 등은 2022년 1분기 말 기준 직원 수가 2019년 1분기 말보다 크게 감소했다. 온라인 쇼핑(66.2%), 게임 소프트웨어(51.7%) 업종의 인력 증가세와는 대조적이다.우려가 현실화할 징후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대기업 외식 계열사 대표는 “매장 직원들이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업무에 로봇을 우선 투입해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면 담당 직원을 다른 업무에 배치해 매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장 계약직 등의 신규 충원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무인화 바람에 대처하려면 창업을 막는 낡은 규제를 혁파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장 시대의 노동법과 창업 족쇄 등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개혁해 노동시장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는 ‘혁신경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