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윳값 때문에 사우디 갔던 바이든, 빈손으로 귀국하나

첫 중동순방서 공식 발표 없이 귀국 예정
실무진들은 물밑 협상 이어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유 증산에 관한 공식 성명 없이 중동 순방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실무진들이 물밑 협상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 잇따른다.

15일 블룸버그는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공식 합의를 내지 못한 채 귀국할 거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미국에선 인권이 유가 앞에서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8년 벌어진 워싱턴포스트(WP)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서다. 잇따른 비난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저녁 왕세자를 내방한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휘발윳값을 잡으려는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사우디 관료들이 에너지 비용과 관련해서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며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와도 증산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선언에는 없지만, 물밑 협상을 이어 나갈 거란 설명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회원국들의 연합체인 OPEC+는 2020년 4월 코로나19가 퍼진 뒤에 합의한 증산계획이 현재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합의를 변경하려면 회원국 만장일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OPEC+는 다음 달 3일 회의를 개최하고 9월 이후의 생산계획을 논의할 방침이다.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은 “미국이 중동에서 지속이 가능한 수준의 에너지 생산을 보장하는 데 진전을 이뤄낼 것”이라며 “걸프협력이사회(GCC)와도 합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역시 즉각적인 대책을 공언하진 않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