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 중 1명이 흡연으로 사망하는데…" 日 정부 속앓이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흡연율 16.7%로 '마의 15%선' 못뚫어
2022년 12% 달성도 실패
매년 일본인 7명중 1명, 흡연으로 사망
느슨한 흡연 규제·싼 담뱃값이 원인
일본 정부가 좀처럼 15% 선을 뚫지 못하는 흡연율 때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올해까지 흡연율을 12%까지 떨어뜨린다는 목표도 실패로 끝날 전망이다.

15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19년 20세 이상 일본성인의 흡연율은 16.7%로 집계됐다. 2010년 19.5%에서 10년 동안 2.8%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쳤다. 남성과 여성의 흡연율은 각각 27.1%와 7.6%였다. 2003년 50%에 달했던 남성의 흡연율이 크게 떨어진 반면 여성 흡연율은 10%에서 제자리 걸음했다.2013년 후생노동성은 '2022년까지 전체 흡연율을 12%로 낮춘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패를 인정했다. 지난달 발표한 잠정 평가보고서를 통해 "올해 목표 달성은 어렵다"고 밝혔다.

게이오대 연구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는 약 19만명이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사망자의 14%를 차지한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흡연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디고 느슨한 흡연 규제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본 정부는 2020년 4월에야 건강증진법을 개정해 실내 흡연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하지만 가게 면적과 영업 형태 등에 따라 담배를 필 수 있는 실내 공간은 여전히 많다. 주요 공항의 경우만 하더라도 흡연실은 살아남았다. 대신 담배회사가 흡연실을 담배연기와 냄새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보강했다. 상당수 호텔들도 흡연실을 운영하고 있다.

담배값의 '흡연은 건강을 해칩니다'와 같은 경고표시 면적도 30%에서 50%로 늘렸다. 하지만 182개국이 비준한 국제 금연규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흡연으로 검게 변한 폐와 같은 사진을 사용하지 않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2001년 세계 최초로 흡연 경고 사진을 담배갑에 넣도록 의무화한 캐나다에서는 흡연자가 12~20% 줄었다. 반면 일본은 "과도한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사진이 아니라 문구로 경고표시를 대신하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싼 담배값도 도마에 올랐다. 미국 유럽에서 담배 1갑이 1000~2000엔인데 비해 일본의 담배값은 600엔(약 5700원) 안팎이다.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처음부터 흡연을 시작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대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89년부터 중고교의 흡연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 덕분에 1996년 30.7%였던 남자 고등학생의 흡연율이 2008년 9.7%, 2017년 2%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008~2017년 고교생이었던 남성이 20대가 된 2019년의 조사에서 흡연율은 25.5%로 뛰었다. 히라노 도모야스 일본 국립 간 연구센터 담배정책정보실장은 "대학진학과 취업을 하는 시점에서 흡연을 시작하는 남성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영국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25~44세에 금연에 성공한 사람의 생존율은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과 거의 같았다. 45~64세에 담배를 끊은 사람도 흡연 경험이 없는 사람보다는 생존율이 낮았지만 흡연을 계속한 사람보다는 높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