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퀴어축제 열린 서울광장…맞은편에선 맞불 집회

1만4000여명 3.8km 우중 퍼레이드
주한 미국 대사 "인권 위해 함께 싸울 것"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광장에서 성(性) 소수자 축제인 제23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온라인에서 진행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서울광장으로 나왔다. 올해의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3년 만의 현장 축제를 조직한 양선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교통 통제로) 시민들은 하루의 불편함이 있지만, 성소수자는 이날 빼고 364일을 불편함과 갑갑함 속에 살고 있다"며 "오늘은 너무나 사람들이 기다려온 자리"라고 말했다.

서울광장에는 국내 인권단체와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캐나다·네덜란드·독일·미국 등 주요국 대사관, 진보 진영 정당과 노동·시민사회단체, 이케아 코리아 등이 참여하는 부스 72개가 설치됐다.

여러 나라 대사들의 지지·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우리는 인권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말했고, 동성 배우자와 함께 무대에 오른 필립 터너 뉴질랜드 대사는 "성적 지향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지지를 보냈다.무대 행사가 끝난 뒤인 오후 4시 30분께 행진이 시작됐다. 참여자들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입구와 종각역 등을 거친 뒤 다시 서울광장에 도달하는 총 3.8㎞의 거리를 걸었다. 경찰은 행진 참여 인원을 약 1만4000명으로 추산했다.

서울광장 맞은편인 대한문과 서울시의회 앞에는 기독교·보수단체들의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열렸다. 약 1만5000명으로 추산된 집회 참가자들은 퀴어축제 개최를 허용한 오세훈 시장을 규탄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58개 중대를 배치해 양측 집회 참가자들 간의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