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미 "음악, 나를 숨기고선 할 수 없는 일…더 발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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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거장 헬무트 도이치와 3년 만에 한국서 리사이틀
"코로나 사태 겪으며 성찰…'K-클래식', 콩쿠르 반짝 열풍 그치지 않길" "독일에서 무관중으로 생중계하는 독창회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냥 혼잣말 하는 것 같았어요.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음악만큼 공허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죠."
소프라노 황수미가 다음 달 열리는 '클래식 레볼루션 2022'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황수미는 8월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테너 김세일, 안양시립합창단과 함께 멘델스존의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를 부른다.
8월 21일에는 세계적인 가곡 피아노 반주자인 헬무트 도이치(77)와 듀오 리사이틀을 열고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가곡들을 선보인다. 현재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황수미는 15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공연계가 많이 침체되어 있었는데 다시 이렇게 좋은 페스티벌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돼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문화재단이 매년 선정한 작곡가의 곡을 총망라해 선보이는 클래식 음악 축제인 '클래식 레볼루션'은 올해 멘델스존과 코른골트를 집중 조명한다.
황수미는 "이번 공연은 평소 많이 하던 슈트라우스나 슈만의 작품이 아닌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곡을 새로 접하고 선보이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멘델스존의 가곡은 자연과 사랑하는 연인에 대해 노래하는 시적인 곡이 많다면 코른골트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곡이 많아요.
그런데 그 죽음이 결코 슬픈 게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테니 슬퍼하지 말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흐르죠."
황수미는 이번 무대를 통해 2019년 10월 국내 리사이틀 이후로 3년 만에 헬무트 도이치와 함께 한국에서 공연을 연다.
황수미와 2014년부터 인연을 이어온 헬무트 도이치는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등 세계적인 가곡 가수들의 스승이자 파트너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황수미에게 "반주자가 필요하면 함께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한 뒤로 무대를 함께 만들어 오고 있다.
황수미는 "도이치 선생님은 아직도 내가 파트너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입장"이라며 "선생님께 배우는 부분이 정말 많다"고 겸손해했다.
"여전히 리허설 때마다 눈빛에서 레이저가 나오세요.
(선생님이) 음악을 대할 때 보여주는 진지함과 열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 2014년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은 황수미는 도이치와 협업,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 참여 등 탄탄대로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년 반 동안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매일 연습을 하는 게 밥 먹듯 당연한 일이었는데, 무대라는 동기 부여가 사라지니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컸죠. 꼭 가고 싶었던 연주회들이 취소되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요.
"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는 독일에서 다니는 교회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매주 예배에서 독창자로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교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제 안타까운 사정을 안 감독님이 제 동기부여를 위해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그 덕에 '다음 주에 이 곡을 불러야 한다'는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공부를 해나갈 수 있었죠." 최근 각종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들이 입상하며 'K-클래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황수미는 이러한 연주자들이 콩쿠르 이후에도 꾸준히 무대에서 사랑받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더 가깝게 즐기는 문화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가수들이 전부 다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을 한 건 아니거든요.
물론 콩쿠르 우승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지만, 콩쿠르의 그 순간적인 반짝임에만 초점이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열리는 '클래식 레볼루션'처럼 몇몇 작곡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대중들의 관심을 늘리는 프로그램들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어느덧 많은 후배 성악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성악가'로 꼽는 대상이 된 황수미는 여전히 더 나은 음악가, 그리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2019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고 밝혔던 그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등을 겪으며 나도 좀 성장했다"며 "이제는 극장의 네임 밸류도 중요하지만, 어제보다 더 발전한 음악가가 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이라는 작업은 결코 나 자신을 숨기고는 하지 못하는 일이에요.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계속 발전해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목표죠."
후배 성악가들에게는 현재 신발장 앞에 붙여두고 매일 외출 전에 보고 있다는 베토벤의 일기장 중 한 구절을 나눴다.
"'너의 주어진 하루를 게으르게 보내지 말고, 네가 성실히 한 것에 대해선 뒤돌아보지도 말고 후회도 하지 말라. 너의 매일의 노력이 언젠가는 성과를 만들 것이다.
' 제게 힘을 주는 글귀에요.
모든 후배가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성실히 해나가길 응원합니다. "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 겪으며 성찰…'K-클래식', 콩쿠르 반짝 열풍 그치지 않길" "독일에서 무관중으로 생중계하는 독창회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냥 혼잣말 하는 것 같았어요.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음악만큼 공허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죠."
소프라노 황수미가 다음 달 열리는 '클래식 레볼루션 2022'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황수미는 8월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에서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테너 김세일, 안양시립합창단과 함께 멘델스존의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를 부른다.
8월 21일에는 세계적인 가곡 피아노 반주자인 헬무트 도이치(77)와 듀오 리사이틀을 열고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가곡들을 선보인다. 현재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황수미는 15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 2년 반 동안 공연계가 많이 침체되어 있었는데 다시 이렇게 좋은 페스티벌로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돼 설렌다"고 소감을 전했다. 롯데문화재단이 매년 선정한 작곡가의 곡을 총망라해 선보이는 클래식 음악 축제인 '클래식 레볼루션'은 올해 멘델스존과 코른골트를 집중 조명한다.
황수미는 "이번 공연은 평소 많이 하던 슈트라우스나 슈만의 작품이 아닌 멘델스존과 코른골트의 곡을 새로 접하고 선보이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멘델스존의 가곡은 자연과 사랑하는 연인에 대해 노래하는 시적인 곡이 많다면 코른골트는 죽음에 대해 말하는 곡이 많아요.
그런데 그 죽음이 결코 슬픈 게 아니라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날 테니 슬퍼하지 말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흐르죠."
황수미는 이번 무대를 통해 2019년 10월 국내 리사이틀 이후로 3년 만에 헬무트 도이치와 함께 한국에서 공연을 연다.
황수미와 2014년부터 인연을 이어온 헬무트 도이치는 소프라노 바바라 보니,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 등 세계적인 가곡 가수들의 스승이자 파트너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황수미에게 "반주자가 필요하면 함께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한 뒤로 무대를 함께 만들어 오고 있다.
황수미는 "도이치 선생님은 아직도 내가 파트너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입장"이라며 "선생님께 배우는 부분이 정말 많다"고 겸손해했다.
"여전히 리허설 때마다 눈빛에서 레이저가 나오세요.
(선생님이) 음악을 대할 때 보여주는 진지함과 열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 2014년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은 황수미는 도이치와 협업,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 참여 등 탄탄대로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2년 반 동안의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매일 연습을 하는 게 밥 먹듯 당연한 일이었는데, 무대라는 동기 부여가 사라지니 심리적으로 불안함이 컸죠. 꼭 가고 싶었던 연주회들이 취소되면서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 같아요.
"
힘든 시기를 보내던 그는 독일에서 다니는 교회 음악감독의 제안으로 매주 예배에서 독창자로 노래를 부르며 음악과 교감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제 안타까운 사정을 안 감독님이 제 동기부여를 위해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그 덕에 '다음 주에 이 곡을 불러야 한다'는 확실한 계획을 가지고 공부를 해나갈 수 있었죠." 최근 각종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자들이 입상하며 'K-클래식'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황수미는 이러한 연주자들이 콩쿠르 이후에도 꾸준히 무대에서 사랑받기 위해 클래식 음악을 더 가깝게 즐기는 문화가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가수들이 전부 다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을 한 건 아니거든요.
물론 콩쿠르 우승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지만, 콩쿠르의 그 순간적인 반짝임에만 초점이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열리는 '클래식 레볼루션'처럼 몇몇 작곡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대중들의 관심을 늘리는 프로그램들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어느덧 많은 후배 성악가들이 '가장 존경하는 성악가'로 꼽는 대상이 된 황수미는 여전히 더 나은 음악가, 그리고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2019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무대에 서는 게 꿈이라고 밝혔던 그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등을 겪으며 나도 좀 성장했다"며 "이제는 극장의 네임 밸류도 중요하지만, 어제보다 더 발전한 음악가가 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음악이라는 작업은 결코 나 자신을 숨기고는 하지 못하는 일이에요.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계속 발전해 오래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게 지금의 가장 큰 목표죠."
후배 성악가들에게는 현재 신발장 앞에 붙여두고 매일 외출 전에 보고 있다는 베토벤의 일기장 중 한 구절을 나눴다.
"'너의 주어진 하루를 게으르게 보내지 말고, 네가 성실히 한 것에 대해선 뒤돌아보지도 말고 후회도 하지 말라. 너의 매일의 노력이 언젠가는 성과를 만들 것이다.
' 제게 힘을 주는 글귀에요.
모든 후배가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성실히 해나가길 응원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