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자장면 봉사만 20년…빚은 늘지만 그만둘 순 없죠"

원주 '사랑 나눔 짜장' 상설 무료 급식소 운영하는 김영문 지회장
"'제2의 인생 평생 봉사하면서 살자'는 나와의 약속 멈출 수 없어"

"물가가 크게 올라 자장면 한 그릇 내기도 벅찬 요즘이지만 늘 이곳을 찾는 어려운 이웃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지요. "
강원 원주시 단구동행정복지센터 앞에 있는 '사랑 나눔 짜장'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할 수 있는 전국 최초의 상설 무료급식소다.

이곳을 운영하는 김영문(61)씨는 홀몸노인과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일요일을 제외하고 1년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20년째 자장면 봉사를 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산재장애인복지진흥원 원주지회장을 맡은 김 회장의 봉사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음식을 대접하는 봉사와는 개념이 다르다.

말 그대로 봉사가 직업이고, 봉사를 위해 매일 무료 급식소를 운영한다.

전국에서 20여 명의 정기 후원자가 매월 60여만 원을 후원하고 있지만 상설 무료 급식소 운영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 회장이 아침마다 식자재를 후원받기 위해 이 밭 저 밭을 동분서주하는 이유다.

음식을 만들어 무료급식하면서도 자신의 인건비는 고사하고 급식소 운영도 벅차다.

그렇다고 급식소 음식의 질이 낮아져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게 김 회장의 소신이다.
매달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김 회장이 무료 급식 봉사를 접지 못하는 것은 평생 봉사하면서 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원주 토박이인 김 회장은 20대 시절인 1980년대 후반 여러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거듭했다.

급기야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던 그는 '어차피 그때 죽은 목숨 제2의 인생을 살자'는 각오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평생 봉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 이동 차량 운전기사였던 그는 1990년부터 음성 꽃동네에 한 달에 두 번씩 운전 봉사를 다닌 것이 봉사의 시작이었다.

그런 그가 자장면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2년이다.

어려운 이웃에게 자장면 한 그릇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처음에는 어려운 이웃에게 중국집 자장면을 대접하고 음식값을 계산했다.

하지만 비용이 엄두가 나지 않는 데다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담아 직접 만들어 대접하기로 했다.

무료로 제공하는 음식이지만 식자재는 모두 최상급을 사용해 맛도 좋다.

이렇게 시작한 자장면 봉사는 복지 사각지대인 장애인 단체, 경로당, 보육원, 양로원 등 주말마다 김 회장의 손길이 안 닿는 곳이 없을 정도다.
김 회장은 2006년 자장면 봉사를 준비하다가 면 뽑는 기계에 손이 끼여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일로 그는 5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재활치료에도 손은 여전히 불편했지만 2012년에는 무료 급식을 아예 상설화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무료 급식소였던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몇 년을 운영하다 보니 노력과 비용이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무료 급식소를 찾는 사람이 하루 평균 50∼60여 명에 달하고, 일주일에 2∼3차례 이동 급식소를 운영했다.

상설 무료 급식소를 운영할수록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다.

대출금은 1천500만 원에서 3천만 원, 급기야 1억 원을 넘어 한때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지금은 무료 급식 시간을 오전 11시에서 오후 2∼3시로 단축 운영하고 있다.

신용 회복을 위해 10년간 매달 17만 원씩을 납입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급식소를 찾는 발길이 자연스럽게 줄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이곳을 찾는 어려운 이웃들이 많아지고 있다.
김 회장의 살신성인과 같은 나눔 봉사는 지역 내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 식자재 후원도 점차 늘어 밀가루는 '동아원', 돼지고기는 하나축산에서 꾸준히 지원해 김 회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지난 1일 원강수 원주시장 취임식에서는 취임식장 맨 앞줄 '1열' 초청 인사로 초대되기도 했다.

5천 시간 이상 자원봉사자 등을 상전으로 모시겠다는 게 원 시장의 시정 운영 방침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하면 할수록 적자이고 빚더미인데 왜 사서 고생하느냐', 심지어 '어딘가 후원이 있으니까 하는 거 아니냐'며 색안경을 끼고 보시는 분도 있다"며 "제2의 인생을 사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인 만큼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급식 봉사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이곳을 찾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누가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겠냐는 생각에 봉사를 멈출 수 없다"며 "큰 후원은 아니라도 시민의 관심과 격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