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은 기회…적립식·분할매수 전략으로 장기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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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금융매니저경기 둔화를 반영해 가는 서베이 지표와 달리, 미국의 고용과 물가 실물 지표들은 아직 미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에 비해 더딘 모습이다. 실물경제가 지지된다면 Fed의 통화정책 스탠스 전환점이 지연되고, 추가 긴축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은 오히려 연장될 수 있다. 목표 수준을 훨씬 넘어선 고물가에 다급해진 중앙은행들이 성장률 희생을 각오하고 물가 안정에 정책 무게추를 올려둔 만큼 이에 맞는 현명한 투자 대응이 필요하다.
올 상반기 금융시장에서는 긴축 사이클의 종점을 일시에 반영하려는 듯 단기간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하반기로 들어선 이후에도 주식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로 대변되는 밸류에이션 조정에 이어 재고 부담 속 이익전망 하향 위험에 노출돼 있다. 채권시장도 최종 기준금리 예상값에 대한 불확실성과 양적긴축 과정에서의 수급 불안을 남겨두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는 과정에서 내외 금리차 조정과 신용 우려로 나타나는 달러 강세도 아직은 마무리 국면으로 판단하기 어렵다.팬데믹이 잉태한 초저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에 기대어 자산 유형을 가리지 않고 가격이 오르던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그럼에도 중장기 시계에서 접근한다면 급격하게 진행된 큰 폭의 가격 조정은 의미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장기 국채는 높아진 금리에 의한 인컴수익과 인상 사이클 후반부에서 나타나는 금리 하락의 자본차익을 함께 고려할 때, 향후 2~3년 보유를 가정한 기대수익률은 불과 몇 개월 이전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위험에 대한 보상이란 측면에서 손쉬운 투자는 존재하기 어렵다. 한 번의 투자로 고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장기 복리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차원의 현명한 투자 선택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적의 투자 비율을 정의한 미국 수학자 켈리의 공식을 참고하면, 투자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과정에서 장기 수익은 수익 확률이 높을수록 그리고 손실 대비 수익의 크기가 클수록 성과 누적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위험 대비 장기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산업과 기업에 더욱 집중할 시기가 왔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면에서 적립식 투자와 분할매수 전략은 반복적으로 수익 기회를 늘려 장기 누적 성과를 높이는 유용한 방법이다.
고은진 KB증권 WM스타자문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