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사상 최악 인력난…"바이어도 등돌렸다"

일할 사람 못구해 납기 지연 속출
불법체류자조차 '하늘의 별따기'
연간 300억원 규모의 의류를 수출하는 A섬유업체는 최근 미국과 유럽 바이어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업체에 뺏겼다. “한국 기업에 일감을 맡기면 납기를 맞추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A사 대표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창사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납기 지연이 발생했다”며 황망해했다.

전국 중소 제조업체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멈추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북지역 한 소재·부품업체 대표는 “인근 기업 네 곳이 인력을 구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주 3일로 줄이다가 최근 모두 문을 닫았다”며 “기계 설비를 다 들어내고 제조업에서 공장임대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기업 대표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중소 제조업체들이 최악의 인력난에 직면한 것은 일당이 높고 노동규제가 덜한 업종으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주조, 표면 처리, 금형 등 3만여 개 뿌리산업 업계도 일손 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한 도금업체 대표는 “불법체류자도 구하기 힘든 상태”라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중소 제조업체보다 5만~10만원가량 일당이 높은 농촌(20만~25만원)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인력난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조선업계는 일손 부족으로 산업 기반마저 흔들릴 위기다. 사내 협력사 인력이 달리면서 납기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남 거제에 있는 한 대형 조선소의 사내 협력업체는 최근 2년6개월 동안 35곳이 폐업했다. 올 들어 직원 수는 전체의 22%에 해당하는 1660여 명이나 줄었다.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의 핵심인 용접, 도장, 전기 등 생산기능직 소요 인력은 오는 9월 6만336명으로 9509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6월엔 부족 인력이 1만1099명으로 늘어난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매출 감소와 생산성 악화, 연구개발(R&D) 투자 축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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