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혼란 완화되고 있지만…전문가들, "경기침체 전조현상"

3개월 연속 공급망 위기 완화돼
시티그룹 "수요 축소에 의한 경기침체 전조 현상"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공급망 혼란이 다소 해소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물류에 관한 지표들이 정상 범주 내로 돌아오기 시작해서다. 전문가들은 공급망이 정상화된 게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이라고 경고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공급망과 관련한 경제지표를 해석하며 올해 초 빚어진 공급망 혼란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를 비롯해 미국 뉴욕연방은행의 공급망 지표를 활용했다. 지난 3월 각종 지표가 공급망 위기를 나타냈지만 3개월 연속 완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수요가 위축되며 공급망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졌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위축돼 수급난이 종식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재고가 누적되고 세계 각국이 역성장을 기록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시티그룹은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인플레이션을 이끌었던 상품 공급에 관한 압박이 완화되기 시작했다"며 "다만 이 현상이 세계적인 수요 위축을 나타내며 경기침체의 전조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제연구소인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미국 공급망 압력 지수는 지난 3월 17.1로 고점을 찍은 뒤 3개월 연속 하락세였다. 지난 6월 압력지수는 14.9로 지난해 11월(15.1)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 지표는 옥스포드이코노믹스가 인건비, 운임, 재고량 등 공급망과 관련한 지표를 합산한 지수다. 최댓값인 20에 가까울수록 공급망 위기가 고조되는 것을 뜻한다.블룸버그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매달 관할 12개 지역 경제 상황을 분석해 발간하는 보고서 '베이지북'에서도 공급망 개선의 신호를 찾아냈다. 베이지북에서 '부족(Shortage)'이란 단어가 언급된 횟수를 집계한 것. 지난 3월 59회 언급된 뒤로 6월까지 26회로 사용 빈도가 줄었다.

해상 운임도 하락세다. 온라인 해운 예약 플랫폼인 프레이토스에 따르면 해상 운임이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 상하이항에서 미국 서부 해안으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지난 10일 1FEU(1FEU는 12m여 길이 컨테이너 1개)당 7400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23일과 비슷한 가격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이 상하이 봉쇄 조치를 해제한 뒤로 상하이항의 출항 횟수가 늘고 평균 운송 기간이 짧아졌다”며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세계 물류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급망을 위협할 요소가 남아있어서다. 독일 싱크탱크인 키엘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북유럽 항구와 미국 동부 해안 항구의 혼잡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북유럽 항구의 선박대기율은 지속해서 증대됐고, 미국 동부 해안 항구는 6월부터 반등해 오름세를 보인다.

미국의 철도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며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 핼러윈데이 크리스마스 등 수요가 증대되는 시기를 앞두고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진 세로카 LA항 사무국장은 “미국 전역에 발생할 공급망 혼란을 방지하려면 시급히 노사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