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20년' 베이징현대의 눈물…판매량 반도막, "전기차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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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시장 이대로 포기 못해"출범 20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가 혹독한 ‘성년식’을 치르고 있다. 상반기 판매량이 10만 대 아래로 내려갔다. 현지 시장 점유율은 0%대로 떨어졌다. 베이징현대가 준비 중인 ‘반전 카드’는 전기차다. 급성장하는 현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해 내년부터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내년 전용 전기차 2개 출시
18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은 9만4158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9만4085대)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는 늘고 있는데 베이징현대만 거꾸로 가면서 현지 점유율이 6월 기준 0.8%로 추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현대가 20년 전 진출 초기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미국 자동차업체의 공백, 일본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 사태 등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기세를 몰아 2016년에는 114만2016대까지 팔았다.
판매량이 꺾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시작되면서다. 제품 구색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현대차 내부의 평가다. 중국 소비자의 대형·고급차 수요 증가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베이징현대는 지난해 현지 5개 공장 중 하나인 베이징 1공장을 매각했고 직원도 2500명가량 줄였다. 그런데도 2020년에 이어 또 1조원가량 적자를 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제네시스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현대차와 베이징차가 올해 1조2000억원가량 증자에 나섰다.
미국 유럽 등에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 중인 현대차는 중국 없이도 올해 역대급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베이징현대는 내년에 중국 전용 전기차 2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본격 반전을 시작해 2025년엔 52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를 다시 구축하는 데 최소한 3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