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친환경 규정·4대강 보 활용…전 정부 환경정책 뒤집기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방폐장 마련 등 조건 부과
"기존 결정된 4대강 보 처리방안 포함 종합적 검토"
환경부, 대통령 업무보고…사회적 합의 없어 논란 일듯
환경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원자력발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4대강 보(洑)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는데 보를 해체·개방해서 강을 '재자연화'하려 한 문재인 정부 정책을 뒤집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환경부는 18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원전 녹색분류체계 포함'과 '4대강 보 활용성 제고' 등을 포함한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환경 주무부처가 환경적 측면에서 찬반이 갈리는 사안을 두고 사회적 합의 없이 '전 정부 정책 뒤집기'를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올 전망이다.
◇ "탄소중립에 원전 역할 확대"…내달 초까지 녹색분류체계 개정안
환경부는 "과학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탄소중립 이행방안을 마련하겠다"라면서 "원전의 역할을 늘려 발전 부문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전으로 줄인 탄소배출량은 건물·폐기물 등 산업·민생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문별 탄소배출량 감축목표 조정안은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 중심으로 9월까지 마련될 예정이며 내년 3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반영된다. 환경부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려는 이유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발전·열생산' 부분 탄소배출량은 지난해 2억2천20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잠정치)으로, 국내 탄소배출량(6억7천960만t)의 32.7%를 차지했다.

이날 환경부는 원전을 포함한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이달 말이나 내달 초 발표하고 9월 이후 개정을 완료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녹색분류체계는 국가가 '친환경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규정해놓은 일종의 목록으로 여기에 원전이 들어간다는 것은 국가가 원전을 '친환경'으로 본다는 의미다.

물론 녹색분류체계가 단순 목록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금융권이 녹색채권 등의 투자대상을 정할 때 기준이 돼서다.

최근 민간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R)을 중심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도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해 (원전산업에) 금융권 녹색투자를 유인하겠다"라고 밝혔다.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은 예상돼왔다.

현 정부 출범 전에도 기후변화 폭을 줄이기 위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려면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를 중심으로 비등했는데 현 정부가 '원전산업 부활'을 선언하면서 이런 목소리가 강해졌다.

'기후위기 대응 선도지역'으로 꼽히는 유럽연합(EU)이 최근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을 포함키로 하면서 우리도 이를 좇아야 한다는 의견이 더 힘을 받았다.

원전은 안전과 폐기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발전방식으로 이를 확대해야 하는지를 두고 찬반이 크게 갈리는 만큼 '녹색분류체계에 원전 포함' 방침을 두고도 논란이 클 전망이다.

원전과 관련해선 정부 내 야당 역할을 해야 하는 환경부가 선제적으로 원전 확대 편에 서서 논의의 여지를 없앴다는 비판도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할 때 EU처럼 조건을 부과하겠다고 했다.

EU 조건은 '기존 원전과 제3세대 신규 원전에 2025년까지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ATF)'과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고준위방폐장) 계획 제시' 등이다.

두 조건 다 국내에선 달성이 어렵다고 평가된다.

환경부는 'EU 조건을 토대로 실정에 맞게' 조건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진 장관은 업무계획 사전브리핑에서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과 '고준위방폐장 계획 제시'는 조건으로 두되 기한을 국내 실정에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할 때 원전을 포함할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지속해서 검토하겠다"라고 밝히면서 '여지'만 뒀다.

그러다가 정부가 바뀐 뒤 '검토'에서 '포함'으로 입장을 바꿨다.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지적에 한 장관은 "관계부처와 시민단체, 이해관계자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답했다.

합의가 없으면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지 않을지 질문에는 "합의가 될 것으로 보며 합의가 될 때까지 소통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한 장관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지난 주말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열었다"라면서 "사업자가 평가서 초안을 작성하고 주민에 공람하는 절차가 하반기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4년엔 신한울 3·4호기 공사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 탄소배출량 잘 줄인 기업에 배출권 더 할당
환경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 배출량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업체에 배출권을 더 주는 '벤치마크 방식 할당' 비중을 2026년부터인 '제4차 계획기간'에 75% 이상으로 현재(66%)보다 높이기로 했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환경부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현 정부 내 '연평균 13㎍(마이크로그램)/㎥로 현재(2021년·18㎍/㎥)보다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을 현재 4개월(12월에서 이듬해 3월)보다 연장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 기간은 '12시간 전'에서 '이틀 전'으로 앞당긴다.

환경부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가 현 정부 내 전체 등록 차량 8% 수준인 200만대(누적)로 늘어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대상은 '5등급'에서 '4등급'으로 확대한다.

환경부는 폐비닐을 열로 분해해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바꾸는 것을 재활용으로 인정하는 등 열분해유(油)로 석유를 대체할 수 있게 규제를 푼다.
◇ 4대강 보 활용성 높이기로…전 정부 정책 폐지하나
환경부는 업무계획에서 "수질·생태·이수·치수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과학적으로 분석해 4대 강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보 활용은 보 존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 전 정부의 보 해체·개방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를 해체하거나 개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작년 1월 금강과 영산강 보 가운데 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하고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한 장관은 기존 보 처리방안을 백지화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4대강 보와 관련해선) 기존 처리방안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앞서 한 장관은 보 해체·개방 정책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끝난 뒤 관련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장관은 4대강 사업을 벌인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이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 과정 공익감사에 착수했다.

4대강 관련 다섯 번째 감사다.

◇ 물가안정 위해 광역상수도 물값 동결…ICT로 수돗물 품질 관리
환경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광역상수도 물값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광역상수도 물값은 2016년 이후 6년째 동결인데 동결을 푸는 시점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정하겠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광역상수도 물값은 각 지방자치단체 수돗물 생산원가의 약 24%를 차지한다. 환경부는 정보통신기술(ICT)로 수돗물 품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한편 2025년까지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체계와 도시침수 대비 침수위험지도를 구축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