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채용 면접서 정말 볼까?…인사담당자 752명의 대답은

고용부, 최신 채용 트렌드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발표
신입, 경력직 불문하고 '직무관련성' 중요하게 봐
MBTI, 규모 큰 기업에서는 활용 안해
AI면접은 신뢰도 낮아…당분간 확산 쉽지 않을듯
MBTI를 기업들이 정말 활용할까요?
AI면접에 대비해야 하나요?
채용에서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평가 요소는 뭔가요?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은 청년 구직자들이 궁금해하는 최근 채용 트렌드 등 이슈에 대해 기업 채용 담당자들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500대 기업 252개 기업과 중견기업 500개 등 총 752개 기업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합격하려면 '직무관련성' 어필해야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인은 '직무관련성'으로 나타났다. 신입과 경력직 여부를 불문하고 가장 중요하게 보는 평가요소였다.

신입 채용 시 입사지원서 단계에서는 직무관련 근무경험(34.4%)을 가장 중요하게 봤으며, 신입 직원의 전공이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도 중요한 평가요소(33.9%)였다. 그밖에 최종 학력(16.1%), 직무관련 인턴경험(5.2%) 등도 중요하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연관성이 있어서 별도 교육 절차 없이 즉시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선호하는 기업의 특성이 잘 나타났다는 평가다.

경력직의 경우 면접 단계에서는 61.3%의 기업이 직무관련 전문성을 가장 중점적으로 봤다. 그 뒤를 업무 이해도(14.9%), 인성 및 예의(13.3%) 등이 따랐다.반면 직무와 무관한 단순 스펙은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이 가장 중요하지 않다고 평가한 요소는 △직무무관 봉사활동(16.4%), △직무무관 기자단 서포터즈 활동(16.2%), △최종학교명(7.8%), △직무무관 공모전(6.6%), △직무무관 어학연수(6.1%) 순이다.

○날 떨어뜨렸던 회사, 다시 지원해도 될까

꼭 가고 싶은 기업이 있는데 탈락한 경우 재지원해도 될까. 500개 중견기업 중 320개(64%) 기업은 이전에 필기나 면접에서 탈락한 구직자가 재지원하는 경우엔 이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악하고 있는 기업 중 60.6%(194개)는 “탈락 이력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답했다. 그밖에 부정적 영향이 있다는 응답은 25.9%였다. 긍정적 영향이 있다는 응답인 13.4%에 비해 두배다.

4개 중 1개의 기업은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그래도 다시 지원하고 싶다면 소신 있는 재지원 사유(54.7%)를 제시하거나, 탈락 이후 개선을 위한 노력(48.8%)을 어떻게 했는지, 해당 직무와의 적합성(40.0%) 등을 다시 한번 적극 어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이 덧붙여졌다. 졸업을 유예하거나 졸업 후 장기간 취업을 못하는 등 취업 공백기가 있는 경우는 어떨까. 전체 752개 기업 중 406곳(44.8%)가 공백기의 활동 내용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고, 44.3%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뚜렷한 목적이 있는 공백기가 아니라면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조사 내용이다.

○AI 면접, 아직 시기상조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도입한다는 인공지능(AI)면접 활용도는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52개 기업 중 6.9%인 52개사만이 AI 면접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0개는 매출 500대 기업인 것으로 나타나, 중견기업의 AI 활용도는 전체 500개 중 12개(2.4%)에 불과했다. 면접 결과를 채용에 반영하는 기업도 31개에 그쳐 미미한 수준이었다. 참고를 하지만 결과와 무관하다는 응답이 21개사(2.8%), 계량화해서 점수에 반영하는 기업이 25개(3.3%), 당락을 좌우 할정도로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이 6개(0.8%)에 불과했다. 심지어 AI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 52개사의 대다수(50개사, 96.2%)가 AI 면접을 보완하기 위해 대면면접을 추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AI면접에 대해 채용과정의 공정성 측면에서는 긍정 평가가 높았지만, 평가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긍정 평가 비율이 낮았다. 252개 대기업 채용 담당자 중 AI면접의 공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비율은 46.8%였다. 중견기업도 500개 중 39.4%를 기록했다. 하지만 평가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 비율이 대기업 13.1%, 중견기업 8.8%에 그쳤다. 이런 부정확성 때문인지 83.2%의 기업이 추후 활용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조사를 수행한 이요행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AI 면접 확산 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AI 활용 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대·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전체 활용 비율이 6.9%에 그쳤다"며 "AI 면접이 단기간에 보편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AI 면접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의 94.2%는 "앞으로도 활용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현재 미실시기업의 82.8%는 “활용 계획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AI 면접의 활용 여부가 향후 활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고용정보원 측의 설명이다.

○MBTI, 진짜 면접에 활용하나

MBTI(성격 유형 검사)가 대 유행이다. 이 덕분에 최근 일부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구직자의 MBTI 유형을 요구하다는 보도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또 특정 직무에서 특정 MBTI 유형을 선호하거나 배제한다는 구인광고가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 중인 청년들은 기업이 선호하거나 특정 직무에 부합하는 MBTI 유형에 맞춰야 하는지 부담감까지 토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사 결과 실제로 MBTI를 활용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전체 응답기업 752개 중 3.1%에 해당하는 23개 기업만이 채용 과정서 MBT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마저도 MBTI 유형이 채용에 보통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2.3%인 17개에 그쳤다. 다만 이번 조사 대상인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아는 중소기업 이하 규모의 기업에서는 활용률이 조금 더 높을 수 있다는 게 고용정보원 측의 설명이다. 한국MBTI연구소 김재형 연구부장은 “MBTI가 채용과정에서 평가도구로 활용되면, 구직자들은 기업에 맞춰진 반응을 연기하는 등 진정성 없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며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소규모 기업과 아르바이트 채용 시에도 원천적으로 MBT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