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영화를?…美 영화관이 스마트 안경 개발한 이유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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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EU 소셜 택소노미 소비자 접근권 중요한 문제로 다뤄
상품과 서비스에 노인, 장애인 누구든 접근할 수 있어야
리갈시네마, 시각장애인용 스마트 안경 개발
"장애인도 소비자... 사회공헌 아닌 관객 확대 위해서"
국내 편의점, 휠체어 타고 들어가기 힘들어
다양한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시장 확대 가능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는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인권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과 모범사례를 살펴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권경영 전문가들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노인을 위한 금융은 없다.’ 어느 기사 제목이다. 은행 점포는 매년 300개씩 사라지는데 노인에게 앱이나 인터넷 뱅킹은 어렵다. 키오스크나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쇼핑을 하는 시대가 노인에겐 버겁다. 장애인은 소비자에서 소외된 지 오래다. 자필 서명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시각장애인의 대출이 거부된 일, 부모 동반을 요구하면서 성인 발달장애인의 통신 가입이 거절된 일이 뉴스에 오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소비자의 접근권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물과 전기, 가스, 통신과 같은 영역은 물론 기업이 일반적으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EU의 소셜 택소노미는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기준인데, 소비자의 접근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다루고 있다.
영국의 테스코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월마트 등이 매장을 내지 않던 가난한 동네에 매장을 개설했다. 햄버거 가게만 있는 동네에서 신선한 식품과 과일을 팔았다. 지방정부와 시민의 환영을 받은 이 프로젝트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음식사막에 신선한 식품으로 빈곤과 폭력을 몰아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소비자가 상품과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을 때 시장은 넓어지고 기업의 이익도 커진다. 소비자들은 이런 기업을 신뢰하고 선호한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편익도 함께 커질 것이다. 기업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다.
지평 ESG센터 센터장
前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