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20비, 잇단 여군 부사관 사망…군 수뇌부도 촉각(종합)

국방조사본부도 수사단 파견…군 안팎서 철저 규명 목소리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이하 20비)에서 또 여군 부사관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해당 부대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한 특검이 진행 중이고 채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같은 부대에서 또 사건이 발생하자 군 수뇌부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오전 8시 10분께 20비 영내 독신자숙소에서 임관 갓 1년이 지난 20대 초반의 A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에 발견됐을 당시 정황으로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A 하사가 숨진 20비는 1년여 전 극단적 선택을 한 이예람 중사가 근무하다가 성추행을 당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선임 부사관 장 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즉각 신고했지만, 동료와 상관의 회유·압박 등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5월 21일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A 하사 사건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같은 부대에서 1년여 만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부대 근무 여건 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건이 발생한 20비는 공군 장병들 사이에서 '격오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으로 전해졌다. 영내 시설은 준수한 편이지만, 도심과 거리가 먼 데다가 기지 주변에 이렇다 할 문화·상업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외부와 격리된 생활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일과를 마친 후에도 영외에서 시간을 보낼 만한 공간이 마땅하지 않고, 이에 따라 대부분의 생활을 영내에서 해야 한다.

생활 대부분을 영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면 상관과 부하 간 접촉 빈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초급 간부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부사관들의 경우 2∼3년 주기로 근무지를 옮기는 장교나 만기 전역하고 기지를 떠나는 병사들과 달리 한 기지에 장기간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처럼 외부와 차단된 환경이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군은 현재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을 파견했다.

이달부터 군인이 사망한 범죄는 민간 사법기관으로 이관됨에 따라 공군은 사건 발생 사실을 충남지방경찰청에 알렸다.

군사경찰은 민간 경찰 입회하에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현재 단계에서는 군사경찰 주도로 A 하사의 사망이 극단선택인지, 또 범죄 관련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게 되며 민간 경찰도 이 과정에서 정보를 공유한다.

만약 범죄 혐의가 포착되면 사건이 민간경찰로 이관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군인권보호관도 내용을 통보받아 조사를 개시했다.

군인권보호관은 군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를 조사해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등 권리구제를 담당하는 기구로 이달 출범했으며 군인 등이 복무 중 사망한 경우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통보받아 사건에 조기 개입하고 군부대를 방문해 조사할 수 있다.

인권위는 이날 "군 인권보호관 결정에 따라 즉시 조사관을 급파해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있을 부검 등 조사과정에 입회할 것임을 해당 부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 군 관계자는 "철저하게 조사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