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 '보라매' 첫 비행 성공…세계 8번째 초음속기 개발

2026년부터 본격 양산

시제 1호기 33분간 비행 후 착륙
시속 400㎞로 기체 성능 확인

21년간 R&D 비용 8.8兆 달해
여러 표적 동시에 탐지·추적

美 핵심기술 이전 거부에도
국내 700여개 업체 협업 '쾌거'
한국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가 역사적인 첫 비행에 성공했다. 2001년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을 선언한 지 21년 만, 2015년 KF-21 개발 사업의 본계약 체결 이후 6년여 만이다. 연구개발(R&D)에만 8조8000억원이 투입돼 ‘단군 이후 최대 무기개발사업’으로 불린 KF-21의 성공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항공산업도 진일보하게 됐다.

KF-21의 성능은

19일 방위사업청 및 공군에 따르면 KF-21 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의 공군 제3훈련비행단 활주로에서 KF-21 시험비행이 이뤄졌다. 방사청은 당초 이날 오전 시험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상과 시계 등을 고려해 오후로 시간을 조정했다. 첫 비행의 조종간은 공군 제52시험평가전대 소속 안준현 소령이 잡았다.

KF-21 시제기는 오후 3시40분께 이륙에 성공해 4시13분께 착륙했다. 경비행기 속도인 시속 약 400㎞로 사천 상공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험비행은 유럽산 ‘미티어’ 공대공미사일의 모형도 네 발 장착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최초 비행 성공으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은 비행시험 단계에 돌입하게 됐다”며 “앞으로 2000여 회에 달하는 비행시험을 거쳐 2026년 1차 개발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6년께 본격 전투기 양산이 시작되면 2032년까지 총 120대의 KF-21을 도입해 F-4·5 등 노후 전투기를 교체한다는 것이 공군의 계획이다.KF-21은 폭 11.2m, 길이 16.9m, 높이 4.7m의 4.5세대 전투기로 평가된다. 4세대 전투기지만 5세대 전투기의 특징인 일정 부분의 스텔스 성능과 최신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시속 2200㎞), 항속 거리는 2900㎞에 이른다. 공중·지상·해상의 여러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동 전자주사식 AESA 레이더, 적 항공기·미사일을 빠르게 탐색하는 적외선 탐색·추적장비(IRST), 주야간 목표물을 정밀 조준하는 전자광학 표적획득·추적장비(EO TGP) 등도 탑재된다.

미국 기술이전 거부 등 시련 극복

이번 비행 성공으로 한국은 명실상부 세계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 반열에 오르게 됐다. 현재까지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스웨덴, 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공동개발) 등에 그친다. 한국의 방위산업 측면에서도 기술 수준을 한 계단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KF-21의 국산화율은 1호기 기준 65%에 달한다.

KAI 관계자는 “AESA 레이더의 경우 국방과학연구소(ADD)를 거쳐 국산화율 89%를 달성했다”며 “2015년 미국이 AESA, IRST 등 4개 핵심 장비의 기술이전 불가 방침을 통보했음에도 우리 기술진이 불철주야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KAI 외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국내 방산업체와 700여 개 중소 협력업체가 협업을 통해 이룩한 성과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 체계총괄팀장(공군 대령)은 “이번 전투기 개발을 통해 기업들이 여러 우주항공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게 됐으며, 관련 일자리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KF-21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사업(KFX 사업)을 공표하면서 시작됐다. 2010년 인도네시아와 KFX 사업의 공동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2015년 방사청과 KAI가 체계 개발을 위한 본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4월 KF-21 시제기가 공개된 데 이어 이날 첫 비행까지 이어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