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만난 박진 "한일관계 복원 희망" 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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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日 총리와 면담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를 전했다. 박 장관과 기시다 총리는 양국 외교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배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위안부 합의 존중" 발언에도
수출규제·정상회담 등 화답 없어
박 장관은 이날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약 20분간 기시다 총리를 면담했다. 일본 총리가 한국 외교장관을 만난 것은 2018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강경화 전 장관과 회담한 이후 약 4년 만이다.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나 기시다 총리에게 전달한 윤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조우하며 (기시다 총리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한·일 양국 우호 협력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며 “박 장관의 방일을 계기로 양국 관계 개선과 복원 흐름이 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 여러 가지 공통된 가치를 기반으로 해서 좋은 관계, 미래를 위해 발전해나가자”고 말했다고 박 장관이 전했다. 박 장관은 “기시다 총리가 진지한 태도로 메시지를 경청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이날 면담에서 박 장관과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소송과 이에 따른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박 장관과 기시다 총리가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매각)되기 전에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박 장관은 이번 방일 기간 일본 집권여당인 자유민주당의 주요 인사를 대거 만나며 한·일 관계 개선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박 장관은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한 데 이어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을 만났다. 하야시 외무상과 모테기 간사장은 차기 일본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다. 박 장관은 또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면담해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일본 정부는 아직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이번 방일의 성과로 예상됐던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나 한·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한·일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해소’를 꼽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현금화 전’이라는 시한을 설정한 것이 부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이날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과 만나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존중할 생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범진/도쿄=정영효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