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 본색 드러낸 SK스퀘어…'코로나 잭팟' 나노엔텍 지분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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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580억…PEF에 넘겨SK스퀘어가 바이오·헬스케어기업인 나노엔텍 지분 전량을 580억원에 매각했다. 작년 11월 투자전문기업으로 출범한 이후 투자만 하다가 처음으로 단행한 자산 매각 거래다. 시장 상황과 사업전략 등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절하는 ‘인&아웃’ 전략을 가동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출범 후 첫 매각, 250억 차익
美 벅셔처럼 포트폴리오 조절
유망산업 재투자해 선순환 구축
다음 투자처는 반도체·ICT
나노엔텍은 19일 SK스퀘어가 보유 중이던 나노엔텍 지분 28.4%를 전량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나노엔텍 최대 주주이던 SK스퀘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760만649주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W파트너스에 넘겼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J&W파트너스는 국내외에 탄탄한 바이오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나노엔텍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나노엔텍은 체외진단 의료기기와 생명공학 연구기기를 제조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작년엔 국내 최초로 코로나19와 독감 항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유럽에 출시해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연결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58억원과 73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 이익은 168% 증가했다.
SK스퀘어는 2011년(당시 SK텔레콤) 250억원을 투입해 나노엔텍 지분을 사들였다. 2013년엔 유상증자에 참여해 78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이번 매각으로 250억원가량의 차익을 낸 셈이다.
이로써 SK스퀘어의 포트폴리오는 20개사에서 19개사로 줄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SK스퀘어가 포트폴리오 인&아웃 전략을 쓰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일부 자산은 투자 수익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얻은 자금을 또 다른 유망 신사업에 투자해 기업 가치를 키워가는 구조를 지향할 것이란 설명이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벅셔해서웨이, 스웨덴 발렌베리가문의 투자지주회사 인베스터AB 등이 이런 구조다.
SK스퀘어는 출범 이후 투자만 벌였다. 메타버스, 가상인간, 데이터 농업, 암호화폐 등 유망 신사업이 주요 투자처였다. 꾸준한 신규 투자를 위해선 재원이 필요하다. SK스퀘어는 3년간 2조원 이상을 확보해 신규 투자 재원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투자 수익 실현을 비롯해 자회사 배당금, 국내외 투자자본 유치 등을 두루 활용할 방침이다. 올해는 이미 SK하이닉스 연간 배당으로 2250억원, SK플래닛 배당으로 500억원 등 2770억원의 배당금 수익을 확보했다.
나노엔텍 매각대금을 비롯한 투자 재원은 반도체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가치평가액이 낮아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매물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유망 피투자기업의 몸값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투자기업이 수익을 내기가 유리해진다”며 “올 하반기부터 내년 초에 인수합병(M&A) 거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