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 애플-SK하이닉스 등 글로벌기업 줄줄이 긴축모드

애플, 경기침체 대비 긴축 착수…내년 채용·지출 속도조절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보류…LG엔솔은 美투자 재검토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외의 글로벌 기업들이 잇달아 긴축모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고용과 지출 축소 방침을 밝힌 가운데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복합경제위기가 지속되면 국내 기업들의 투자계획 및 고용 축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애플·구글 등 빅테크 기업 '긴축' 선언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애플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내년 일부 사업부의 고용과 지출 증가 속도를 줄이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내년에 일부 사업 부문의 연구개발(R&D)·채용 예산을 예상보다 적게 책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또 통상 매년 5∼10%가량 인원을 늘려왔으나, 내년에는 일부 부서의 인원을 늘리지 않고 직원이 퇴사해도 충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좀 더 신중히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구글 모기업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스냅 등 다른 주요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도 경기침체 우려에 따라 지출·채용 축소 방침을 밝혔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테슬라는 감원에 나서고 있다.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의 수석투자책임자(CIO)인 킴 포레스트는 "이번 애플의 결정은 신규투자를 꺼리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함께 IT기업들도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 투자계획 '보류'
국내 대기업들도 투자계획을 재점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충북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논의 끝에 결국 최종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19일 "이사회에서 증설이 과연 필요한지 좀 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당초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천여㎡ 부지에 약 4조3천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향후 2~3년 내 글로벌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늘 것에 대비해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을 미리 확보해놓겠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돼야 하지만, 이사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착공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공장 증설이 보류된 데는 최근 세계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하락세에 진입한 글로벌 D램 업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중국 경기둔화 등에 따른 IT 수요 둔화로 한동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다 원화 약세로 원자잿값 등 수입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투자 비용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증설 계획 보류 결정의 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작년에 세웠던 투자계획은 당연히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원재료 부분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원래 투자대로 하기에는 계획이 잘 안 맞는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결정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총 1천조원이 넘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당초 투자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고물가·고환율 등에 따라 손익계산서를 다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이미 미국에 1조7천억원을 들여 배터리 단독공장을 짓기로 한 투자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9일 투자계획 재검토에 대한 조회공시에서 "내용이 확정되면 1개월 이내 재공시 하겠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고환율·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앞으로 투자계획을 축소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기업들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