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강원랜드 OCIO 대흥행…삼성 vs 미래 '맞대결'

강원랜드 OCIO, 1차 선정

증권사서 NH·미래·한국·삼성증권
운용사선 삼성·미래·신한 통과
삼성 vs 미래 양강…증권·운용부문서 격돌
강원 정선군 소재 강원랜드 본사사옥. 사진=네이버 거리뷰
위탁 운용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해 올해 마지막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대어'로 꼽히는 강원랜드의 여유자금 주간운용사 선정 경쟁이 윤곽을 드러냈다. 1차 정량평가가 치러지면서 후보군이 응찰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한 차례 강원랜드의 심사를 거쳐서인지 업계 선두를 다투는 유력 기업들만 남은 모습이다.

20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지난 18일 오후 늦게 일부 운용사와 증권사에 주간운용사 프레젠테이션(PT) 대상자 선정 사실을 통보했다. 업체별 현황을 취합한 결과 PT 대상자로 뽑힌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 증권사는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이다. 운용사 부문에는 중소 운용사 한 곳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당초 이번 주간운용사 선정에 응찰했던 기업은 총 15곳(증권사 8곳·운용사 7곳)이었다. 일부 대형 운용사나 증권사의 단독 응찰로 유찰과 재입찰 과정을 거듭해 온 최근 OCIO 시장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흥행이다.

흥행 배경은 위탁 운용규모와 보수율이 다른 OCIO 대비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수율은 2차 정성평가에 응하는 기업들이 제시하도록 돼 있는데 업계는 10bp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른 기금 OCIO의 보수율이 3~5bp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보수율이 높은 편이다. 아울러 강원랜드가 심사 집단인 금융자산 운용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꾸려서 외부 입김을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도 흥행 동력으로 작용했다.

당초 입찰에 참여했던 기업들을 보면 증권사 부문에선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대신증권, 하나금융투자가 도전장을 냈다. 또 운용사 부문에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을 비롯해 소형 운용사 2곳이 응찰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절반으로 압축되면서 최종 선정을 위한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드러났다. 이미 강원랜드의 금융자산을 굴린 이력이 있는 한화자산운용과 꾸준히 OCIO 사업 부문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정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점은 업계에서도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자산운용 본사(왼쪽)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본사. 사진=각사
흥미로운 점은 삼성과 미래에셋 양강이 자산운용과 증권 등 두 부문에서 맞붙는다는 점이다. '신사협정'이라도 맺은 듯 OCIO 공고가 나올 때마다 번갈아 응찰했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조단위의 큰 OCIO에서 모처럼 경쟁을 벌이게 됐다.

업계 일각에선 같은 계열의 기업들이 운용·증권 부문을 독식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통상 OCIO 제도를 도입하는 기관들은 이런 업계 인식을 고려해 서로 다른 계열의 금융사를 운용기관으로 선정하는 편이다. 다만 강원랜드는 제안요청서(RFP)에서 같은 계열의 회사가 동시에 선정되는 데 대한 제한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정량평가를 통과한 업체들은 오는 28일 2차 정성평가를 치른다. 우선협상대상자 통보는 당일이나 이튿날 받게 된다. 운용사와 증권사에서 각각 한 곳씩 총 두 곳이 뽑히는데, 선정되면 향후 4년간 강원랜드의 금융자산을 맡아 운용한다.

앞서 강원랜드는 지난달 말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자사 여유자금을 운용할 주간운용사 선정에 대한 공고를 냈다. 공고일 기준 일임계약 자산총액이 2000억원을 넘는 증권사와 수탁총액(펀드·투자일임)이 5000억원 이상인 자산운용사가 대상이었다. 투자가능 자산군은 국내외 주식·채권(파생)과 대체투자형 금융상품 등으로 요구 수익률은 연 4.7%로 내세웠다.

운용액은 약 1조5000억원이다. 강원랜드 자체 추산에 따르면 회사 여유자금은 올 5월 기준 2조910억원이다. 이 가운데 6000억원가량은 강원랜드가 내부에서 직접 운용할 것이어서 남은 금액이 위탁 운용액이 된다. 앞서 강원랜드는 2016년 11월부터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위탁 운용기관을 선정, 수천억원씩을 배분해 왔다. 하지만 이번부터는 여유자금을 한 데 모아 조 단위로 운용하게끔 전략을 바꿨다.이번 OCIO 선정 작업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강원랜드 OCIO는 의미가 엄청 크다. 위탁 규모가 기업에서 나가는 규모로는 큰 편인 데다 기존 OCIO와 달리 보수가 아주 매력적"이라며 "무엇보다 선정 과정에서 비전문가들인 교수님들이 배제된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OCIO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많은 기업들이 이번 최종 선정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 한 임원도 "강원랜드 입찰과 기존 조달청 방식의 정부기금 입찰은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보면 다른 점이 많다. 교수들이 최종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존의 정부기금과는 달리 투자 전문가들로부터 비교적 공정한 프로세스를 통해 투자 전문성을 평가 받는 자리인 것"이라며 "이번 강원랜드 OCIO에 많은 증권·운용사들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