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명품구두, 22년 만에 중국 짝퉁 이겼다

마놀로블라닉, 상표권 분쟁 승리
최근 해외 브랜드 잇따라 승소
미국 인기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 등장한 구두로 유명한 영국 명품 신발업체 마놀로블라닉이 중국에서 22년간의 상표권 소송 끝에 승소했다. 이로써 마놀로블라닉은 세계 최대 명품 시장인 중국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중국인 사업가 팡위저우가 소유해온 마놀로블라닉 상표권을 말소했다.중국에서는 상표 브로커들이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해외 브랜드의 상표권을 무단으로 등록해 선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해외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먼저 확보한 상표권을 넘겨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마놀로블라닉은 팡위저우가 중국에서 상표권을 선점한 탓에 그간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없었다.

마놀로블라닉은 1971년 영국 런던에서 탄생한 브랜드다. 2000년대 초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여자 주인공이 마놀로블라닉 구두를 청혼 선물로 받으며 유명해졌다.

마놀로블라닉 창업자의 조카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티나 블라닉은 “승소 소식을 들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며 “내년 하반기에 중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2년 전 중국에서 상표권 보호를 위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최근 외국 기업들이 상표권 분쟁에서 이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에서 상표권 분쟁에 휘말린 다른 외국 브랜드들도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계 글로벌 로펌 버드앤드버드의 미치시타 리에코 지식재산권(IP) 담당 변호사는 “20년간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 소매업체 무지 등에도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