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물가 뛰자 실질임금 깎였다...21년 만에 최대폭 감소
입력
수정
작년보다 2.8% 줄어들어
물가 급등에 생활비 지출 늘어난 탓
노동자들 강력 반발하며 파업 돌입
영국 중앙은행, 사상 첫 '빅스텝' 가능성
영국이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실질임금이 20여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영국 공무원 노조는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고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언급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3~5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근로자의 실질 임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하락했다. 이는 2001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라고 미국 CNN이 전했다.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전세계가 높은 물가에 신음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영국은 타격을 크게 입은 나라 중 하나다. 지난 5월 영국 소비자물가는 G7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9.1%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BOE가 지난해 12월부터 5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 소비자물가는 11%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가계가 느끼는 부담도 크다. 지난 4월 에너지 요금은 54% 올랐고 식료품 가격도 최근 한달간 10% 올랐다. 눈물 날 정도로 불어난 생활비 탓에 영국인들을 최악의 생활고를 겪고 있다. BOE는 올해 가계 가처분소득이 1964년 집계가 시작된 이후 두번째로 큰 하락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질소득 감소에 직면한 영국의 노동자들은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정부는 공공부문 근로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250만명에 대해 평균 약 5%의 임금 인상을 승인하자 공공부문 노조는 “치솟는 물가에 비하면 임금 삭감과 다름 없다”며 앞으로 몇달간 파업을 예고했다. 앞서 철도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이달 30일에 파업할 예정이다.이런 가운데 BOE가 다음달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도 있다고 이날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 은행 총재가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일리 총재는 “인플레이션 속도를 낮추기 위해 0.5%포인트 인상도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OE가 0.5%포인트를 올리면 1997년 독립적인 통화정책 결정 기관이 된 이후 처음으로 ‘빅스텝’을 밟게 된다.
조영선 기자 cho0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