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권 ETF' 사들이는 기관…"내년 상반기 금리 꺾이는데 베팅"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관들이 장기 국고채 ETF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빅스텝,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자이언트스텝 등 글로벌 금리인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금리가 꺾일 것에 베팅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내뿐 아니라 최근 글로벌 채권 ETF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장기 국고채 채권 ETF중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KOSEF 국고채10년' ETF의 7월 기관 순매수액은 51억5300만원이었다. 지난 5월 -89억5100만원, 6월 -107억85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순매수가 크게 늘어난 셈이다.특히 지난 13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기관은 직후인 13일~19일 사이에만 KOSEF국고채 10년 ETF를 2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수익률도 높았다. 'KOSEF국고채10년'의 지난 1개월 수익률은 4.73%였다.

순자산 2위인 'KINDEX 국고채10년'의 경우에도 5월 -9억5400만원, 6월 -9억5700만원이었던 자금 순유입액이 7월 들어 -1억8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1개월 수익률은 4.48%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인상되는 경우 채권 가격하락으로 채권 ETF는 손실을 본다. 반대로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ETF는 이익을 본다. 국내 기관들이 채권 ETF의 순매수액을 늘리는건, 채권금리가 중장기적으로 다시 하락(채권가격 상승)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적으로 시장 채권 금리는 정책 금리에 3~6개월 선행한다. 만약 내년 상반기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면 그에 앞서 채권 가격은 미리 상승하게 된다. 미국 연준 금리와 사실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비슷한 채권 가격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은 내년 1분기를 고점으로 인하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가파른 긴축을 이행하는 만큼 추후 발생하는 경기침체도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3분기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채권가격의 저가 메리트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미국의 국채 ETF 시장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주(7월11일~15일) 미국 채권 ETF에는 59억달러(약 7조721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미국 채권 ETF 자금 흐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이쉐어즈 US 국채 ETF에 약 24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지난주 미국 전체 ETF중 가장 큰 순유입액이다. 아이쉐어즈 10~20년물 국채 ETF에도 19억9400만달러가, 아이쉐어즈 20년물 이상 국채 ETF에도 9억68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각각 지난주 자금 유입 상위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국내 서학개미들 역시 미국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아이쉐어즈 20년물 이상 국채 ETF를 586만달러(약 76억8000만원)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은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연준의 긴축 강도도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국채 ETF에 자금 유입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는 것은 금리 하락 베팅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