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피해 야산 노숙생활…'그는 숨는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음식 훔치다 발각, 피해자 폭행 후 도주…경찰, 치료감호 위해 구속영장 신청
그가 산속에 숨어 사는 이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40대 A씨는 야생동물처럼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낮에는 산속 움막에 몸을 숨겼고, 날이 어두워지면 어스름한 빛에 기대 마을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 헤맸다.

가끔 마을 주민을 마주칠 때면 그는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A씨가 광주 북구에 있는 B씨의 농막에 나타난 것은 지난 6월 14일 새벽이었다.

농막 문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안으로 들어간 A씨는 냉장고를 뒤져 빵, 음료수, 맥주 등을 훔치고 있었다.

농막에서 음식과 물건이 계속 없어지자 일부러 새벽에 나와본 농막 주인 B씨는 때마침 A씨와 마주치자 "왜 훔쳐 가냐"고 따져 물었다. 그 순간 A씨는 항상 분신처럼 들고 다니던 우산을 B씨에게 휘둘렀다.

주먹과 우산으로 한참을 얻어맞은 B씨가 잠시 주춤한 사이 A씨는 쏜살같이 농막을 빠져나와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산으로 숨어들었다.

A씨가 붙잡힌 건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지난 18일이었다. 야산 노숙 생활을 이어가다 다시 배고픔을 참지 못해 먹을 것을 구하러 마을을 찾았다가 오랜 잠복을 이어가던 경찰에게 발각됐다.

검거된 A씨는 왜 훔쳤냐는 물음에 "돈이 없어, 먹을 것을 훔쳤다"고 말했다.
A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인물이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등록된 그에게는 매달 50여만원의 수급비가 통장으로 입금됐지만, 그는 아득한 정신에 자신이 수급자인 사실조차 알지 못한 상태였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와 함께 살던 집에는 매달 정부가 지원하는 쌀이 집 앞에 배달됐는데도 그는 그 쌀로 배고픔을 달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가 사는 지역의 복지담당 공무원은 그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기초생활 수급자의 현황을 점검하며 그의 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그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을 지나다 어쩌다 그를 마주치는 기회가 있어도, 아무 말 하지 않거나 화를 내며 자리를 급히 떠나버렸다.

동주민센터 복지담당자는 기회가 될 때마다 마을 주민들에게 그의 안부를 수소문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가족들과도 인연을 끊고 살고 있었다.

A씨를 검거한 경찰은 그에게 "왜 야산 움막에서 숨어 사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

다만 "누가 나를 해코지 할까 봐 우산을 들고 다닌다"고 말을 해 정신병으로 막연한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경찰은 그에 대해 준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표면상으로는 범행을 반복하고, 보복하고, 또다시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지만, 입원 치료를 거부한 그를 구속 후 치료감호소에 보내 치료받도록 해보겠다는 의도도 깔린 조치였다. 그는 경찰 조사를 받으며 오랜만에 따뜻한 밥 한술을 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