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의 스타트업 생생스토리] 스타트업의 미분사업과 적분사업

“겨울을 준비하라.” 요즘 스타트업 동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2010년 이후 세계 경제는 디지털 혁신의 물결을 타고 새로운 호황기를 맞이했다. 애플 아이폰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명이 우리의 일상을 바꾸기 시작했고, 1990년대 정보기술(IT) 거품 이후 장기간 침체기를 겪었던 IT 비즈니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진보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플랫폼 비즈니스는 차량 한 대 없는 기업을 세계 최대 운송 기업으로 등극시키고, 건물 하나 없는 기업을 최대 가치의 숙박업 기업으로 키우는 마법을 보여줬다.

코로나 사태로 새로운 경제위기가 오는 듯하더니 사상 초유의 전 세계적인 돈풀기로 시중에 돈은 넘쳐나고 비대면 온라인을 위시한 디지털혁신이 사회를 뒤흔들어 놨다. 그러나 이런 기술 호황의 시대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의 돈들이 자취를 감추자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 오던 그 많던 투자자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자리를 꽉 채우던 창업 관련 행사들도 취소 및 연기되는 실정이다.

이제 창업자들은 투자자를 만나기보다 고객을 만나야 하고 미래를 보기 전에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하는 진실의 시간이다.

수학에서 이야기하는 미분과 적분처럼 사업에도 ‘미분 사업’과 ‘적분 사업’이 있다. 수학에서 미분은 현상 간 차이를 보는 것이고 적분은 이제까지 이뤄진 것을 모두 취합해 보는 것이다. 특정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은 현재의 상황과 미래의 상황에 변화가 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이 등장해서 오늘의 세상이 어제의 세상과 달라진다면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게 된다는 의미다. 이런 차이를 비집고 들어가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미분 사업이다.

돈 줄 말라붙는 스타트업

비슷한 예로 전기차 대중화로 세계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대체되면서 전기차 공장이 새로 증설되고 자동차 배터리와 전기 모터 등 관련 산업이 확대되고 있다. 미분 사업의 기회다. 코로나로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그 차이로 인해 물류 자동화와 배달 비즈니스가 호황을 맞았다. 이 또한 미분 사업의 사례다. 기술이 업그레이드되고, 사람의 행동이 바뀌고, 사회의 가치가 달라질 때 그 변화에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미분 사업의 핵심이다. 대부분 스타트업 초기 설립은 미분 사업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벤처 자금을 통한 대규모 투자로 신속히 변화 속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 스타트업 성공의 비결이다.

축적된 기술력이 돌파구

이와 대조적으로 큰 대박은 없어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 적분 사업이다. 이미 판매된 프린터에 잉크 카트리지를 판매해 지속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이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로 안정적인 매출을 영위하는 게 적분 사업의 사례다. 즉 일단 뿌려둔 것에서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게 적분 사업이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기술이나 고객과 시장에 의해 꾸준하고 안정적인 사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적분 사업은 업력과 인지도를 요하기에 급성장을 모델로 한 스타트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러나 시작은 미분으로, 성공은 적분으로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비결이다.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로 창업한 기술 기업이나 대기업은 아니라도 두터운 충성 고객군을 보유한 기업들은 적분 사업으로 진출할 절호의 기회다. 아마르 보스 MIT 전기전자과 교수가 창업해 세계적인 스피커 기업으로 성장한 보스(Bose) 스피커가 기술력으로 불황을 극복한 전형적인 사례다. 보스 스피커는 1970년대 초 대중을 위한 스피커 사업에 대대적으로 진출했지만 1974년 오일쇼크로 극심한 위기를 맞게 됐다. 하지만 기술력을 통해 항공기 조종사용 헤드폰, 특수 목적용 스피커 등 경쟁사들이 넘볼 수 없는 영역으로 진출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축적된 즉 ‘적분된’ 기술을 통해 성공한 사례다.

구글과 아마존도 1990년대 IT 거품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이미 확보한 충성고객에 대한 새로운 가치 제공 서비스를 통해 버블을 극복하고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결국 호황에는 미분, 불황에는 적분이 스타트업의 성공 비결이다. 이제 곧 중복이다. 절기 중 가장 더울 때 추운 겨울을 대비해야 하는 것이 아이러니컬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오히려 지금은 스타트업이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듯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다.

장영재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