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실과 동떨어진 반도체 인재 육성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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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전문교수 확보 방안 부실"교육부가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인력을 15만 명 양성하겠다는 방안을 지난 19일 내놨다. 산업계는 반도체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10년 뒤 전문인력이 13만7000명 모자랄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보다 더 넉넉하게 15만 명의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계획이다.
석·박사급 인력에 보다 초점을
최예린 사회부 기자
산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목표는 거창한데,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산업계와 학계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교수 채용 방안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학생 정원을 늘려도 가르칠 교수가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아왔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43명 중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는 3명으로 5%가 안 된다”며 “있는 학생도 못 가르치고 있는데 학생만 뽑는다고 답이 나올 순 없다”고 지적했다.교육부는 겸임·초빙 교수 자격요건을 풀어주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연구실적과 강의 경력이 있는 사람만 강사나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 이 자격을 대학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풀어주면 산업체 전문가를 보다 쉽게 채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게 교육부 예상이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도체 전문 교수를 데려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원 임용 자격이 까다로워서가 아니라 연봉과 연구비가 부족해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대 조교수 평균 연봉은 8448만원이다. 부교수 9962만원, 교수는 1억2173만원 수준에 그친다.
학과나 연구성과에 따라 해외 대학이나 사기업에서 2억~3억원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반도체 전문가가 연봉은 낮고, 연구비도 메말라버린 국내 대학에서 가르칠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인접 분야로 이탈한 교수들을 다시 불러오기 위해 연봉과 연구비에서 확실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 지적이다. 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단순 전공자가 아닌, 석·박사급 고급 인력이라는 점에서 매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가 국가전략자산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인력 양성은 시급을 다투는 과제다. 하지만 산업계와 학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다 보니 벼락치기 정책의 한계를 드러냈다. 제대로 효과를 거두려면 정교한 후속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