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학교서 '성중립 단어' 찬반 시끌
입력
수정
"성소수자 권리 보호해야"vs"문법 너무 복잡…독해력 해칠 수도" 아르헨티나 당국이 학교에서 성중립 단어 사용을 금지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당국은 교사가 수업에서나 학부모 상담 시 성중립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스페인어 규칙을 파괴하고 학생의 독해력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페인어에서는 명사 앞에 성별에 따른 관사가 붙이고, 끝에는 'o'(남성)나 'a'(여성)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친구'라는 뜻의 스페인어 단어는 남성은 'el amigo'(아미고), 여성은 'la amiga'(아미가)가 된다.
여기서 혼성집단일 경우 남자가 1명이라도 포함되면 복수형은 남성명사가 된다.
이처럼 복수명사에서 남성형을 우선하는 문법과 관련해 최소 1970년대부터 페미니스트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성중립 단어는 남성을 나타내는 'o'를 'e', 'x' ,'@'등 성별 구분과 무관한 문자로 바꾸는 식이다.
'amigos'라고 하던 것이 'amigues'가 된다.
그런데 이런 단어에서 'e', 'x','@' 등을 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당국 지침이다. 이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격돌한다.
하이메 페르크시크 교육장관은 성중립 언어가 아르헨티나 문화에 만연한 성차별주의 태도에 대항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의미를 부각하며 시 당국의 결정을 비판했고, 최소 5개 시민단체도 시 당국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논바이너리'(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라는 한 17세 학생은 "여성 또는 남성으로 우리 모두를 같은 상자 안에 가둬둔다"며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배려조차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시당국 결정을 환영했다.
초등학교 교장 바니나 마리아 카살리는 "성중립 언어는 그렇게 포용적이지도 않다"면서 "우리 학교에서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고 이런 (성중립) 언어는 아이들이 배우기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신경과학자 플로렌시아 살바레사는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성중립 언어가 독해력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면서도 학습을 복잡하게 만들고 학생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를 본연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언어 순수주의자도 성중립 언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국립국어원 격인 '왕립스페인아카데미'는 2020년 보고서에서 단어에 성중립적인 요소를 넣는 것은 스페인어 형태에 이질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아르헨티나는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섰던 터라 이처럼 성중립 언어에 대해 열띤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은 뜻밖의 일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2012년 의료진 승인 없이도 공식문서에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했고, 지난해에는 신분증에 남녀 외 제3의 성별 'X'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공공부문 일자리의 1%를 트렌스젠더에 배정하도록 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학교에서 성중립 언어는 계속 비공식적으로 사용돼왔기에 금지됐다고 해서 바로 없어지진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과후 봉사자로 일하는 알렉산드라 로드리게스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무언가를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 "언어는 항상 바뀌는 것이고, 우리가 살아있기에 언어도 살아있고 계속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성중립 언어를 둘러싼 논란은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스페인어권 중남미 국가 여럿에서 관찰된다.
작년 12월 우루과이 교육청(ANEP)은 성중립 언어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을 내놨고, 브라질 지방정부 최소 34곳에서는 성중립 언어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최근 콜롬비아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 자리에 오른 프란시아 마르케스는 선거 운동에서 성중립 언어를 썼다가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
스페인어 규칙을 파괴하고 학생의 독해력을 해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스페인어에서는 명사 앞에 성별에 따른 관사가 붙이고, 끝에는 'o'(남성)나 'a'(여성)로 구분한다. 예를 들면 '친구'라는 뜻의 스페인어 단어는 남성은 'el amigo'(아미고), 여성은 'la amiga'(아미가)가 된다.
여기서 혼성집단일 경우 남자가 1명이라도 포함되면 복수형은 남성명사가 된다.
이처럼 복수명사에서 남성형을 우선하는 문법과 관련해 최소 1970년대부터 페미니스트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성중립 단어는 남성을 나타내는 'o'를 'e', 'x' ,'@'등 성별 구분과 무관한 문자로 바꾸는 식이다.
'amigos'라고 하던 것이 'amigues'가 된다.
그런데 이런 단어에서 'e', 'x','@' 등을 쓰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당국 지침이다. 이를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격돌한다.
하이메 페르크시크 교육장관은 성중립 언어가 아르헨티나 문화에 만연한 성차별주의 태도에 대항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의미를 부각하며 시 당국의 결정을 비판했고, 최소 5개 시민단체도 시 당국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이 '논바이너리'(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지닌 사람)라는 한 17세 학생은 "여성 또는 남성으로 우리 모두를 같은 상자 안에 가둬둔다"며 "남성도 여성도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배려조차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시당국 결정을 환영했다.
초등학교 교장 바니나 마리아 카살리는 "성중립 언어는 그렇게 포용적이지도 않다"면서 "우리 학교에서는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있고 이런 (성중립) 언어는 아이들이 배우기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신경과학자 플로렌시아 살바레사는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성중립 언어가 독해력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면서도 학습을 복잡하게 만들고 학생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언어를 본연 그대로 살려야 한다는 언어 순수주의자도 성중립 언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국립국어원 격인 '왕립스페인아카데미'는 2020년 보고서에서 단어에 성중립적인 요소를 넣는 것은 스페인어 형태에 이질적이라고 평가했다. 그간 아르헨티나는 성소수자 권리 보호에 앞장섰던 터라 이처럼 성중립 언어에 대해 열띤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은 뜻밖의 일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아르헨티나는 2012년 의료진 승인 없이도 공식문서에 자신이 원하는 성별로 바꿀 수 있도록 허용했고, 지난해에는 신분증에 남녀 외 제3의 성별 'X'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공공부문 일자리의 1%를 트렌스젠더에 배정하도록 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학교에서 성중립 언어는 계속 비공식적으로 사용돼왔기에 금지됐다고 해서 바로 없어지진 않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과후 봉사자로 일하는 알렉산드라 로드리게스는 "이미 사용되고 있는 무언가를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 "언어는 항상 바뀌는 것이고, 우리가 살아있기에 언어도 살아있고 계속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성중립 언어를 둘러싼 논란은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스페인어권 중남미 국가 여럿에서 관찰된다.
작년 12월 우루과이 교육청(ANEP)은 성중립 언어 사용을 제한하는 지침을 내놨고, 브라질 지방정부 최소 34곳에서는 성중립 언어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최근 콜롬비아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 자리에 오른 프란시아 마르케스는 선거 운동에서 성중립 언어를 썼다가 보수 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